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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p L Jun 01. 2024

카페와 자신감

카페가 창업하기 쉽다는 인식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사업이니 쉽지 않은 건 당연하다고 해도, 사회 분위기가 '나만의 카페'라면서 카페 창업에 환상을 주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카페도 마찬가지이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영업은 절대 소꿉장난이 아니다. 쉽게 접근하거나, 아무리 냉철해도 환상이 기반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 '사업'이다. 그럼에도 카페는 왠지 삶에 여유도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낭만도 있는 것처럼 비추어진 기간이 꽤 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면서 금전적으로 여유도 있는 일을 아무나 하게 놔둘 리도 없고, 커피 내리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도 뭔가 이상하긴 하다. 그럴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커피 내리는 일에 수많은 변주가 가능한 것도 아닌데 그 한 가지를 너무 많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지목한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커피를 다루는 것에 낭만이 있는 것 자체에 대한 이해는 간다. 커피를 볶을 때 나는 향기와 소리, 다 볶은 커피를 들어서 그라인더로 갈아낼 때의 향과 소리, 커피를 내리고 그 색과 향이 모두 진한 커피를 가지고 만드는 마지막 메뉴, 거기에 '커피숍다운' 인테리어까지, 낭만을 가질 만한 것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겉모양일 뿐, 생업으로 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본인들도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일면 존경스럽기도 하다.
커피를 내리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어쨌든 커피도 음식이다. 입으로 들어가고 향과 맛과 모양을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어디서 내린 것과 같다고 해도 수제 빵집을 여는 것이나 커피숍을 여는 것이나 맛과 모양과 향을 다른 곳만큼이라도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면 하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곳만큼만 되더라도 충분히 자신감이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개인 카페에 가서 한번 갈아낸 커피로 샷을 두 번 내리거나 하는 기본도 안된 이상한 사람들을 본 탓에 개인 카페를 되도록 피하게 되었는데, 어쩌다 어쩔 수 없이 갔는데 흐리지 않고 진하면서 향을 포함해서 감각적으로 매료되는 그런 곳이라면 다시 그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꼭 다시 들르게 되기도 한다.
개인 카페를 보면 내가 쓰는 글이 생각난다. 카페를 열면서 내 커피를 사람들이 좋아해 줄까, 내 인테리어를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 역시 글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끝까지 읽어보기라도 할까, 좋아해 줄까, 분위기는 마음에 들까 하는 생각들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만 하다면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커피를 집에서 맛있게 내리는 사람이 카페를 연다고 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와서 커피를 맛있게 마셔야 좋아할 수 있는 것이지, 와보지 않았는데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글도 마찬가지로 글로 돈을 벌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해야 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려면 우선 많은 사람이 읽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읽게 하는 것을 위해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다. 브런치 같은 공간도 있고, 블로그를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모두 무료로 읽어보게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카페는 사업인 만큼 처음부터 수익이 나지 않으면 유지를 할 수 없다. 주변 상권부터 따져보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이다.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어서 그들은 커피를 내놓는 데 망설임이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돈을 받고 돈에 상응하는 서비스, 커피를 내놓는 것, 그것은 프로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커피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글에 얼마만 한 자신이 있는지 말할 수 있을까. 내 글을 돈을 받고 보여준다면 얼마나 팔릴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사람들이 이런 글을 좋아할까, 하는 쪽으로 흐르면 안 된다. 커피는 공식이 있으니까 외적인 영향을 많이 받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런 요인이 되는가. 점점 머리가 복잡해진다. 계속해서 자신 있게 글을 남들 앞에 내놓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대답은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넘치더라도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되새긴다. 글을 쉬지 않고 쓰면서도 고민이 된다면 그 고민조차 글로 써야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하게 된다고 한들 서평에 좋은 이야기만 있을 수는 없다. 서평에 나쁜 이야기만 넘치면서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벌 수도 있다. 경제 논리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출판사에서 어떻게 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내가 내 글을 가지고 변형을 시키거나 돌연변이를 만들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눈을 감고 계속 글을 내놓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카페에서 커피를 계속해서 내리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듯이, 커피를 더 이상 매입하지 않고, 커피 머신이 동작할 일 없는 카페는 말이 되지 않듯이 어떻게 고민을 하든 글을 쓰지 않으면 모두 소용없는 일이다.
글은 써야 하는 만큼 쓰고, 고민으로 글이 막히는 일만 피해 가면서 그 뒤는 운명에 맡기자. 그저 나 스스로도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 때쯤 되면 그때 가서 고민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때도 그런 고민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결론이 날지 모른다. 그 결론조차 그때 가서 내려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건방지고 조급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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