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4., 터키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카페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벅스가 있던 자리라고 지도에서 본 그곳에는 스타벅스는 이미 이전하여 이미 카페가 아닌 다른 의류 매장이 들어와 있었고 몇 개씩 본 에스프레소 카페(에스프레소 랩)는 세련되어 보이기는 하지만 굳이 일부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구글 지도를 생각 없이 넘겨 보다가 발견한 북카페(라고 되어 있는 곳)를 먼저 방문해 보기로 했다.
원래의 가게 이름만 보면 터키-독일 책을 다루는 북카페라고 한다. 책을 파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어차피 읽지도 못하는 언어 두 가지이니까. 책을 마치 옛날 90년대 마을 문고나 학급 문고처럼 몇 권 꽂아놓고 북카페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흔한 북카페와 달리 밖에서 보아도 오래된 책부터 최신 책들까지 아주 다양하지는 않아도 제법 운치 있게 배치를 해 놓았다. 최신 책들은 비닐도 뜯지 않은 것들이 함께 꽂혀 있는 것으로 보아 판매용인 것 같았다. 매장의 한쪽에는 타자기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꾸며 놓았고 테이블, 의자 등은 모두 다르게 생겨서 자유로워 보였다. 사람들도 커피나 케이크를 시켜 놓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물론 그중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일을 하는 듯한 사람도 있고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서로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 타자기와 백과사전이 책꽂이용 선반에 놓여 있는 벽을 등지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 자판을 사용하지 않고 마우스만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뭔가를 조사하거나 어쩌면 단순히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적 없는 심각한 당도의 초콜릿 케이크와 아메리카노 커피를 시켜 놓고 몬테네그로에서 구입한 수첩에 글을 쓴다.
터키는 몇 년 전에 흡연 구역에 대한 법률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분명히 그전까지는 담배를 신나게 피워댔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여기는 또 몬테네그로와 달라서 거리를 걸으면서 재를 터는 사람도 있다. 실내 흡연도 벌금을 상당히 올리고 나서야 제법 근절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뭐 지금은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쨌거나 평화롭게 글을 쓰면서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서 입에 넣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런 곳을 주기적으로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커피맛도 제법 풍부했다. 커피가 좋으면 신맛이 많이 나게 로스팅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깊은 맛이 나서 끝에 신맛이 여운을 내는 맛과 전체적으로 신 맛만 강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곳에서야 알았다. 아마추어처럼 신 맛만 나게 내리는 대신 커피 향이 한바탕 지나간 후 마지막으로 행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신맛들이 기수대 역할을 보는 것 같은 커피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