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by 루펠 Rup L

똑같은 문장은 세상에 없습니다. 글을 쓰고 그 글을 베낀다고 하더라도 처음 그 글을 쓸 때와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그 글을 다시 읽을 때, 그리고 다시 쓸 때조차 그는 '이미 그 문장을 써 본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글을 쓰는 연습은 그래서 필사라고 해도 가치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형태를 막론하고 글쓰기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춤을 잘 추고 싶어서 춤 동작을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을 옆에서 보면 그 연습도 결국은 춤입니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연습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말하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춤을 많이 추었기 때문에 춤을 잘 추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는 무대에서 펼치는 공연 말고는 연습이라고 하겠지만 실제로는 하루에 열몇 시간씩 춤을 춘 것이기 때문입니다. 완성도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춤 연습과 춤 사이에는 엄밀히 말해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완성도가 올라갈 때까지 계속해서 춤을 추는 것뿐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부족한 글이라도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그 정도라면 계속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옆에서 아무리 '그 정도밖에 못 쓰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그러냐'라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완성도가 올라가도록 쉬지 않고 써야 합니다. 무언가를 쓰더라도 자신만의 특징이 세워지고 그 특징을 중심으로 글에 살이 오르고 단단해지면 그제야 사람들은 글을 잘 쓴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때 가서 수많은 시간 동안 이만한 양의 글을 연습 삼아 써 왔다고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글들을 쓰는 동안은 간절하게 완성에 1mm라도 다가가려고 그 시점에서의 최선으로 글을 쓰려고 해야 합니다.
1969년 7월 21 닐 암스트롱이 이글 호를 타고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디뎠을 때,
"That'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이것은 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한 걸음을 힘들게 내딛고서 그 걸음을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됩니다. 발걸음은 한 번 내디뎠으면 그다음 걸음이 뒤따라가야 합니다. 걸음의 목적은 발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가는 행위가 없는 발걸음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나고 보면 최초의 발걸음이든 힘겨운 발걸음이든 모두 기나긴 여정 속의 순간일 뿐입니다.
똑같이 생긴 발자국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에 같은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고도, 같은 힘을 주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 한,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과 앞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달 착륙이 인류의 위대한 발걸음이라 하더라도 우주를 향한 여정이라는 방향과 그 여정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과 같습니다. 춤을 연습하더라도 자신이 상상하는 최선의 아름다운 동작이 있고, 그 동작을 향해 매일매일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매일매일의 춤이 미완성인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본인은 미완성이기 때문에 연습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고 그 춤의 동작이 다듬어져 가고 있는 것뿐이니까요. 그 매일매일의 춤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춤도 없는 것이니까요. 그 모든 춤들이 합쳐져야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모자란 글이라도 계속해서 써 나가면, 그래서 남들이 받아들일 정도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인정할 정도의 글이 되면 처음 글을 써보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글이 나온 시점까지의 총합이 내가 인정한 글의 실체입니다. 남들 또한 인정하는 정도가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내가 읽으면서 만족스러운 글을 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기에, 방향성은 그 순간을 향해 잡으려 합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같아 보이지만 같을 수 없는, 어디가 다듬어지고 어디가 나아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시간이 말해줄 그 차이점들을 만들어 가는 글을 산에 오르며 발자국을 남기듯이 계속해서 써나갑니다.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어서 글을 쓴다면 조금씩 욕심내지 않고 조용히 하는 연습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오히려 치솟는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듯이 몰아치는 연습이 있어야 밀어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저는 애초에 뭔가를 무리해서 이루어낸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만 쓰고 싶기는 하지만 글만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취미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글을 계속 쓰려면 계속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똑같은 글을 쓰더라도 두 번째 글은 조금 더 나은 제가 쓴 것일 거라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계속 씁니다. 쓰고 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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