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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우경 Jun 20. 2018

농부 통신 126

어부나 될 걸

농한기 통신


어부나 될 걸 그랬지. 머구리 말고 저인망 말고 설렁설렁 강태공

낚시는 늦었으니 통발을 던져둘까

개사료 한 줌을 미끼 삼아 저수지 가는 길

지는 해는 또 제 맘대로 붉어서


심지 않고 가꾸지 않고 거두기만 하면 되는 생이 있더란 말이지

발목을 강물에 적셔두기만 하면

강물 더불어 떠내려가기만 하면

누구는 고기를 얻고

가끔은 바다에도 닿는다던데


세 마지기 비탈밭이 바다 같아라 산 깊은 만큼

궁상도 깊어서 감자밭을 매다 고개를 들면

하늘도 비탈진 세 마지기 에라 모르겠다 훌쩍 떠 메고


저 개울물 따라 천천히 흐르다가

닥나무 꺾어 대를 만들고 토하를 잡아다 미끼를 삼아서

느린 소에 닿으면 낚시대를 드리우다

해지면 쌀독 빈 집으로 돌아가는

어부나 될 걸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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