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나 될 걸
농한기 통신
어부나 될 걸 그랬지. 머구리 말고 저인망 말고 설렁설렁 강태공
낚시는 늦었으니 통발을 던져둘까
개사료 한 줌을 미끼 삼아 저수지 가는 길
지는 해는 또 제 맘대로 붉어서
심지 않고 가꾸지 않고 거두기만 하면 되는 생이 있더란 말이지
발목을 강물에 적셔두기만 하면
강물 더불어 떠내려가기만 하면
누구는 고기를 얻고
가끔은 바다에도 닿는다던데
세 마지기 비탈밭이 바다 같아라 산 깊은 만큼
궁상도 깊어서 감자밭을 매다 고개를 들면
하늘도 비탈진 세 마지기 에라 모르겠다 훌쩍 떠 메고
저 개울물 따라 천천히 흐르다가
닥나무 꺾어 대를 만들고 토하를 잡아다 미끼를 삼아서
느린 소에 닿으면 낚시대를 드리우다
해지면 쌀독 빈 집으로 돌아가는
어부나 될 걸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