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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우경 May 16. 2018

농부 통신 108

농협 풍경

- 통장 비밀번호가 우예 되니껴?
- 그게 내 주민번혼데 가만 있어 보시더.


바지춤을 한참 뒤적여 주민등록증을 꺼내는데 어이쿠 돋보기가 필요하시구나. 상비된 돋보기를 쓰고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바, 당신 귀가 어두우니 농협 사람들 다 듣고 남게 고함이다. 저 할매 비밀번호로 보건데 올해 여든을 넘기셨구만. 이크, 보이스피싱범이 들을라.  


- 그래서 얼마를 찾으실라구요?
- 찾는 게 아니라 어디 보낼라고.


첩첩산중. 주섬주섬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고 처음부터 다시. 아이고 할매요 받아도 시원찮을 연세에 송금이 웬말이냐구요. 하는 사이 뒷차례 할배는 미리 주민등록증을 꺼내들고 계시는구나.


인터넷이야 안하면 그만이고 스마트폰도 폴더폰이 있으니 필요없지만 기초연금이라도 찾아쓰려면 농협은 피할 수 없지. 그런데 창구는 번호표 뽑으라지 ATM기는 난공불락. 직원이 늘 ATM 옆에 있는 것도 그런 이유. 세월은 할매들을 우편환 시절에 남겨놓고 저 혼자 비트코인 시대로 달아났다지.


하기야 할매들 뿐이랴. 비트코인은 언감생심, 휴대폰에서 송금가능한 농협앱을 무료로 깔아준다길래 나 역시 바지춤을 한참 뒤적여 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 저 그런 거 못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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