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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부우경 May 16. 2018

농부 통신 120

이팝꽃을 보면 배가 고프지

마을을 이끌자면 뭘 마이 믹이야되고 농사를 짓자면 뭘 마이 배워야지. 그런데 두가지를 다 하자면 대구에 가야한다. 경북농민사관학교 마을영농 CEO과정. 늙은이만 남아 진작에 무너진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도록 경북도가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한다. 덕분에 한달에 두번 가는 경북대 캠퍼스. 밥풀같은 이팝꽃 아래 쌀밥보다 환한 청춘들이 캠퍼스를 오가더라.


갸들은 모를거야, 지들이 얼마나 이쁜지. 라고 말하는 마흔 동생도 정작 자신의 스물에는 몰랐을 테지. 저기 등꽃처럼 아무렇지 않게 향기롭고 무심하게 빛나는 저 스스로의 청춘.


공동체를 복원하면 뭐하겠노 다 늙어빠지가. 등꽃같은 청춘들이 지나가는 강의실 밖을 물끄러미 보던 영천 어른 한마디. 옆에 있던 상주 어른이 대꾸하시지. 그래도 나는 안바꿀라네. 쟈들은 안늙어봤지만 나는 젊어봤거든.  


그 와중에 늙도 젊도 않은 나는 이팝꽃을 보면서 자꾸 배만 고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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