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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낙 May 15. 2024

이민 말고 귀촌 (5)

인터넷은 되나요

우리 집에 온 지인들 중 인터넷 속도에 놀라는 지인이 있었다. 시골인데 기가인터넷을 쓰는 게 이상한가?


서울로 대학을 갔을 때, 부산에도 편의점이 있느냐며 장난을 치던 서울 친구들이 있었다. 시골의 인터넷도 어쩌면 그런 편견 중 하나인 듯하다.


물론 시골도 인터넷이 된다. 마을과 거리가 있는 외딴 집이라면 개인이 전신주 비용을 부담하며 선을 끌어와야 할 수 있지만, 마을회관과 직선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면 인터넷 문제는 거의 없다.


심지어 최신 초고속 인터넷도 된다. 핸드폰의 경우 5G도 당연히 터진다. 사용자가 많지 않다 보니 케이블을 상대적으로 적은 사용자가 나눠 사용하게 되어 품질은 도시보다 훨씬 우수하다. 물론 최신 서비스 적용 시기는 도시보다 몇 달 정도 늦다. 약간 딴 얘기지만,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전파 간섭도 없어 블루투스 사용성도 매우 쾌적한 수준이다.


다만 핸드폰의 경우 다른 문제가 있기는 하다. 시골에는 풀과 나무, 덩굴이 많이 자라고, 여름이 되면 이것들의 잎이 무성해진다. 그래서 마을회관까지의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있다면 여름에, 특히 장마철에 전파 연결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엘리베이터에서조차 문제가 없는 핸드폰 통신 안테나가 집에서 한 칸 떴다 사라지는 경험을 할 줄은 몰랐달까.



뭐, 이런 문제는 집의 위치에 따라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제초 작업을 미리 잘 해 두면 걱정할 게 없기도 하다.


아, 제초. 그건 할 말이 많으니 나중으로 미뤄 보도록 하자.


요즘은 해외도 인터넷망 서비스가 꽤 훌륭해졌지만, 전국적 서비스 여부를 따지면 상황이 좀 다르다. 해외는 교외 지역의 경우 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아예 서비스가 안 되는 곳도 적잖다.


도심지의 경우에도 엘리베이터나 지하에서 통신이 먹통이 되거나, 서로 다른 통신사 간의 간섭으로 속도가 크게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여행을 가서 현지 유심을 쓰거나 로밍을 해 봤다면 알 것이다. LAN 같은 경우는 고급 빌딩이 아닌 이상 여전히 저용량 케이블이 깔린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군부대나 사유지 임야의 깊은 계곡을 제외하면 내륙에서 안테나가 잡히지 않는 곳이 드물다. 핸드폰 통신 자체는 거의 모든 곳에서 좋은 품질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거다.


다음으로 인터넷 설치.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마을회관을 기준으로 보면 인터넷 설치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도로에 꽂힌 표지판 등 여러 정보가 존재하기는 하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대개 마을회관이 있는 마을 구역에 속해 있다면 초고속 인터넷 설치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마을 거리가 있다고 해도 무선인터넷 또는 사비를 통한 전신주 매설 등으로 인터넷 개통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일부 도서 지역 및 국경 분계선을 제외하고 현재 국내에 인터넷 문제가 있는 곳은 희소하. 주택가와 거리가 있는 임야를 매수해 토지 중심부 깊은 계곡인 맹지에 농가주택을 지어야 문제가 생길까 말까다.


나는 현재 기가인터넷을 이용하고, 홈네트워크를 적당히 꾸려 다수 통신 장비를 체감 가능한 속도 저하 없이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통신은 5G이며, 가끔 제초를 게을리해 안테나가 깜빡이긴 해도 그 외에 불편함은 없다.


티켓팅을 하는 경우에는 이용자가 적어 내 회선의 속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서버까지의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신호 도달 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이 서로 상쇄되어 그다지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 그래도 얼마 전 갤럭시핏3는 오픈 시간 과부하 걸린 홈페이지에서 성공적으로 구매했다.


누군가 우리 집에 온다면 아마 '여긴 깡촌이잖아!'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우리 마을은 겉보기에 전형적인 농촌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스마트 모니터, TV, 컴퓨터 2대, 노트북 1대를 돌리며, OTT 세 개를 구독하고, 지니와 빅스비를 호출하고, 필립스 Hue로 조명을 조절한다. 적어도 집안에서의 생활은 도시에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한국의 시골이 꺼려지나? 계속 내 얘기를 들어 달라. 내 입으로 말하기 무안하지만 다들 일상적으로 말하니까 나도 조심스레 보태 보자면, 이래 봬도 아슬아슬하게 MZ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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