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스넷 Sep 09. 2024

나도 몰랐던 내 우울증, 자가 치유 중

나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실제로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자각하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한다.

솔직히 나이도 있는지라, 나는 갱년기는 아닐까 생각도 했었다.

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구나라고 인지하게 된 것은

아이를 위해 다녔던 아동심리센터 소장님을 통해서였다.

큰애가 경계성 ADHD이라고 결과를 받은 지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말이다.


센터를 다니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큰애가

울음이 너무 많은 게 걱정이었다.

동네 엄마의 권유와 추천으로 처음 찾아간 게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큰애의 기질도 알게 되었고,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읽을 수 있었다.


운동도 하고, 좋아하는 자연을 구경하면서 셀프로 우울증 다스리기


아동심리센터를 다닌다고 하면, 주변서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들 하는데

난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간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말이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목적과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아이를 전문가를 통해서

좀 더 깊게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을..


큰애의 일로 인연을 맺은 게 2016년

그 이후로, 둘째 기질 검사와 소장님이 진행하는 엄마교육, 엄마심리 검사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들을 수 있었다.

엄마 심리 검사 및 교육을 통해서

남편과 자녀들의 기질까지도 말이다.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각기 다른 기질 탓에, 아이에 맞춰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

다시 말해 나는 집에서 4가지의 언어를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이걸 몰랐을 때는, 전적으로 내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애썼기 때문에

육아가 힘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이 문제로 답답할 때면 종종 소장님을 찾는다.

긴 인연 덕분에 소장님이 여유가 있는 날엔

차 한잔 마시면서, 동네 엄마와 아이들 이야기하듯 대화도 나눌 때도 있다.

한 번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는 게 느껴져요."

"심리정신과 상담 한번 받아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수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다 보니, 나의 상태가 한눈에 들어왔단다.


"힘드시죠?"라는 말 한마디에 눈물을 펑펑 흘렸는데, 이게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흔한 모습이란 것.

그때 비로소 나는 나의 우울증과 마주 할 수 있었다.


어서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

"너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말하는 족족 칼날을 물고 말하듯 날카롭고 예민하니."

신랑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돌이켜보면, 정말 예민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도, 거칠게 받아치고, 시비조로 대꾸하곤 했다.

그냥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아이들의 일도 짜증부터 솟구치고 언성이 높아졌다.

이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자란 게 아마도 막내인 듯싶다.

첫째와 둘째는 어느 정도 커서, 엄마가 왜 저러나 하고 예전모습과 현재 모습을 구분할 정도였는데,

막내는 나의 모습을 고대로 보고 자랐으니 말이다.


'그래서 예민한 걸까? 톡톡 쏘는 말투 하며...'


죄책감이 들었다.


다시 돌아와, 소장님이 나의 우울증을 집어 전날

추천해 주신 병원도 함께 예약했다.

예약이 꽉 차서 2달 후 날짜로 말이다.

요즘 현대인들이 이렇게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예약한 날짜 전날에 꼭 일이 생겼다.

무려 3번이나 날짜를 바꿨는데도, 단 한 번도 심리정신과를 못 갔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내 마음을 다스려보자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영어공부를 시작했으며, 이쯤에 이모티콘 그림 그리기 등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것저것 하기 시작했다.

나의 변화된 모습에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바로 남편이었다.


나의 두 번째 우울증을 경험한 남자.

첫 번째는 산후 우울증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확실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마음이 다스려졌다.

차분해지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차선책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 있으면, 

어쩔 줄 몰라하는 감정에 눈물이 터져 나오면서, 눌러놨던 우울증이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색종이 자격증을 따려고 수업도 들었었다.


나의 우울증은 지금도 -ing다.

다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지금은 책을 통해서도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이것저것 하며 우울증 지수를 내리고 있다.


우울증을 인지 한 이후로는,

아이들에게 나 대화법으로 나의 감정을 먼저 표현하고 알리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이요,

나도 말함으로써 마인드 컨트롤할 준비태세를 갖추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엄마의 우울증, 어찌 보면 나는 운 좋게 인지할 타이밍을 만났고,

운 좋게 스스로 다스릴 수  있도록, 신랑이 도와주고 있으며

아들 셋을 키움에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모든 것을 감사하고, 나를 돌보는 것이 곧 가족을 위함임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본다.

맑은 햇살과 푸르른 숲처럼, 내마음도 햇살가득한 숲이 되길..


이전 05화 고전을 꼭 읽어야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