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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스넷 Sep 13. 2023

44살에 늙음을 논하는 건방진 말본새

시간순행자의 일기장

며칠 전 칠순이 넘은 친정 엄마를 모시고

심혈관 검사를 하고 왔습니다.

친정엄마는

다니는 가게를 일찍 나와

홀로 입원 수속 밟으셨어요.


동행하고 싶었지만

애들 챙기고

내일 일찍 오라며

극구 말리셨습니다.


다음 날, 9시까지 오라는 간호사 말에

신랑이 휴가 내어 애들을 케어하고

저는 7시 전철을 타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drawn by jensnet


역시 사람은 옷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화려한 치마를 입으셨을 땐

젊어 보이고 활기가 넘쳐 보이던 엄마가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 세상 아픈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마음이 어찌나 짠해지던지..

20년 전 아빠가 암투병 중이셨을 때,

'안 아픈 사람도 병원에 오면 마음의 병까지 얻어가는 거 같다.'라고

말씀하셨던 그 말이 생각났습니다..


검사실 앞 의자에 앉아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제 앞으로 다양한 환자들이

지나갔습니다.

그중에 휠체어를 탄 한분이 지나가는데

저도 모르게 제 눈길이 따라가더군요.

그리곤 시선이 멈췄습니다.


벽에 붙은 중환자실 모니터.

4명의 리스트가 있었습니다.

한분은 50대

나머지 3분은 80대

표면적으로 숫자만 봤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나이를 숫자로만 본다면,

"옛날의 60대가 아니야."

"요즘 60은 옛날 40이야."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4050 세대에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분들을 인스타에서

볼 때면,

나이는 숫자, 인생은 즐겨야 한다.

딱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50대 언니가 복근 만들어 프로필

촬영 성공한 거 보고

깊은 반성을 했더랬죠.)


이런 걸 비추어봤을 때

40대 주제에?! 늙었다며 글을 끄적였던

제 자신이 좀 건방지게 느껴졌습니다.

나름 30대와 너무 다른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40대를 기록하고 공감하고 싶은 의도였습니다만

저 순간만큼은 겸손이 필요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콜레스테롤 높은 거 먹지 마라.

영양제 챙겨라.

튀긴 거 먹지 마라.

운동해라.

4대 라라라를 항상

말씀하시고 실천하셨던 덕분인지

나이에 비해 이 정도면 동맥질환이 20% 정도라며

수술 안 하고 시술과 약물치료로

관리하면 된다는 주치의 말을 들었습니다.


수술대 같은 침대에 누워

큰 바늘이 엄마의 거친 손등에

꽂힌 체 뻘건 피가 보이고

덜덜덜 떨리는 손을 보면서

의사의 말에 집중하려고

부단이 애를 썼네요.


나이 들면  당연히 오는 거처럼

흔하다고 말하는 삼촌의 말이

걱정 말라 건네는 위로라는 걸 알지만

나이 들면 거치는 통과 의례처럼

들리는 것 같아 위로처럼 들리진 않았네요.


이왕이면  엄마가

건강하게 재밌게 남은 여생을

즐기셨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던

날이었습니다.


저 또한,

나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도

건강을 잘 지키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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