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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로우 Jan 24. 2024

삿포로에서 느꼈던 외로움

일본종주 4.5일차:삿포로 여행기

처음 간 삿포로가 즐거웠는지 묻는다면… 늦은 밤 삿포로에 도착한 후, 다음날은 으레 <삿포로 추천 여행지> 라는 목록에서 등장할 법한 홋카이도 신궁에 갔다.

  도쿄의 메이지 신궁과 달리 홋카이도 신궁은 작고 아담했다. 동시에 그렇기에 큰 감흥도 없었다(따뜻한 도쿄에선 볼 수 없는 겨울에 눈으로 뒤덮인 신궁이라면 볼 만할 것 같았지만). 산책하듯 홋카이도 신궁을 보고 나와 가까운 곳에 있던 <모리히코>라는 카페에 들렀다. <삿포로 카페>라고 검색했을 때 검색창 맨 위에 뜬 유명한 카페였는데, 외벽이 빈틈없이 푸른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카페의 모습이 꼭 지브리 시리즈나 동화에서 나올 것만 같았다. 만석이었지만 다행히도 기다리는 손님은 없었다.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반바지를 입은 다리를 보니, 4일밖에 자전거를 타지 않았고 여름도 아니었는데 피부는 검게 그을려 사이클 팬츠의 선명한 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별나게 볼까봐 조금 부끄러웠다. 아직 사람들 눈치를 보는 걸 보니 나는 스포츠맨이라고 하기엔 아직 많이 멀었다. 이윽고 점원의 안내와 함께 자리를 안내받고서 들어가 앉았다. 메뉴판에 가장 맨 위에 보이는 ‘모리노 시즈쿠’, 즉 해석하면 숲의 물방울이라는 블랙커피와 치즈케이크를 함께 주문했다.



  감성 하나는 끝내주던 이름인 숲의 물방울의 맛은 어땠냐면은, 정말 내 인생에서 마신 블랙커피 중에 가장 맛있었다. 어떻게 블랙커피에서 이렇게 쓴맛이 나지 않을 수가 있지? 쓴맛은 전혀 없고 커피의 강렬한 풍미만이 전해져 왔다. 여태껏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평소에 아메리카노를 대체 어떤 맛으로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은 연남동 등의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시크한 점원이 원두의 종류나 내려먹는 방식에 따른 맛에 대해 재잘재잘 설명하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했는데, 모리히코의 커피를 마시고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도 맛있는 커피가 있구나. 치즈케이크와의 궁합도 끝내주었다. 달달한 케이크는 깊고 고소한 풍미의 블랙커피와 정말 잘 어울렸다. 여러모로 모리히코는 나의 머리를, 아니. 혀를 탁 치게 만드는 가게였다.


  삿포로 맥주 공장은 전혀 갈 생각이 없었는데 예정 중간에 우연히 길목에 있어 들르게 되었다. 왜 전혀 갈 생각이 없었냐고 하면은, 나는 위에서 말한 커피처럼 맥주 역시 맛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도, 잘 분간을 하지도 못하기 때문이었다. 모리히코처럼 이게 바로 생맥주의 맛이구나, 하는 깨달음은 불행히도 여기선 얻지 못했다. 역시나 그냥 맥주였다. 삿포로 생맥주의 맛도 그냥 내게는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맥주 중 하나였다.(그러고 보니 유독 삿포로 맥주 공장에선 한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특히 중년층의.)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고 너무 빨리 마신 탓에, 맥주에 취해서 버스에서 가는 내내 졸았다. 눈을 뜨니 버스 기사님이 손님, 종점이에요.라고 하는 듯한 일본어와 함께 버스가 멈춰 있었다. 서둘러 내리고는 구글지도로 <모에레누마 공원>을 검색했다.

  도보로 10분 거리를 걷자 공원 입구와 함께 커다란 푸른 둔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에레누마 공원에서는 우연히 한국인을 만났다. “여기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아마 그가 내게 그렇게 물었던 이유는, 모에레누마 공원이 그렇게 삿포로 관광지로 추천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관광지로라기보단 내 대학에서의 전공과 관련해 ‘조각가가 설계한 공원’이라는 하나의 테마로서 구경하러 온 것이었으니까. 꼭 피라미드만 같은 높은 언덕을 배경으로 몇몇 웨딩 촬영을 하는 부부들이 보였다. 나와 대화하던 그 한국인은, 일본인 부인의 본가가 삿포로에 있으며 사진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 웨딩 촬영 사진의 참고를 하러 왔다며, “근데 일본 사람들이 웨딩 사진 찍는 걸 보다 보면 좀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피라미드같이 높은 모에레누마의 언덕을 오르는 것은 체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특히 자전거를 며칠 동안 타다가 계단을 오르니 허벅지가 꼭 터질 것만 같았다. 요즘 헬스를 즐기는 사람의 말을 빌려서 정말 '자극이 잘 먹는' 기분이랄까. 어쨌든 겨우 언덕 끝에 다다르자, 먼 삿포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야경을 보러 오면 더 예쁠 것만 같았다. 한쪽에는 커다란 렌즈를 장착한 소위 대포카메라를 든 일본인이 앉아서 풍경을 촬영하고 있었다. 어딜 가나 일본에선 사진에 진심인 듯한 사람들이 보였다. 나 역시 멍하니 삿포로 방향을 바라보았다.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자 나는 서둘러서 돌아갈 채비와 함께 언덕 아래로의 계단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삿포로에서 쉬어가는 둘째 날엔 예보대로 비가 내렸다. 긴 장거리 라이딩 이후에도 쉬지 않고 너무 이것저것 보러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가 녹초가 되었다. 이 날은 되도록이면 걷지 말자고 결심했다.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니조시장이라는 수산물 시장에 아침을 먹으러 갔다. 항상 추천되는 오사카 여행에서의 쿠로몬 시장, 도쿄 여행에서의 츠키지 시장처럼 이곳도 시장이지만 관광지다 보니 아침부터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느 가게를 들어갈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가장 유명하다는 <오이소>라는 해산물 덮밥 가게에 들어갔다. 구글맵에 이곳의 특정 아르바이트 직원의 생김새까지 묘사하며 싹수가 없고 무례하다는 리뷰가 줄을 이어서 가기를 좀 꺼려했는데, 딱히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물론 그 묘사가 너무 자세해서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어떤 직원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어서 조금 웃기긴 했다.


  해산물 덮밥 중에서도 우니동이 유명하다고 해서 살펴보니 소짜, 중짜, 대짜로 주문할 수 있었다. 소짜를 시키는 것보다는 긴 라이딩을 끝낸 나에게 쉬어가며 선물을 준다는 생각으로, 그렇다고 또 거의 7000엔 가격의 대짜를 시키기엔 카드를 쥔 손이 떨릴 것 같아 중짜로 우니동을 주문했다. 근데… 설마. 양이 이렇게 작다고? 이렇게 적은 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손바닥보다 작은 그릇에 우니동이 담겨 나왔다. 이게 5500엔이라고?

  먹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던 우니동을 먹으며, 머릿속에선 5분 내내 ‘이게 5500엔이라고?’라는 생각만 되풀이하게 만드는 식사였다. 내가 우니의 시세에 너무 문외한인지 몰라도 가게를 나오면서 계산대 옆 벽면에 진열된 유명인의 사인들 중 한국어가 눈에 띄었다. 이연복 셰프와 정호영 셰프의 사인이었다. 그들은 맛있게 먹고 나온 걸까? 셰프가 아닌 일반인의 입맛이라서 그런 걸까.



  5500엔 결제의 여파는 이후까지 이어져서 가려고 했던 유명한 샌드위치 가게도 포기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냥 스타벅스 같은 카페라도 들어갈까 하고 정처 없이 우산을 들고서 걷던 도중, 지도에 홋카이도대학교가 눈에 띄었다. 삿포로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서 걸어가기에도 어렵지 않고 가까웠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걸음을 옮겨 홋카이도대학을 가기로 했다. 사실 순전히 ‘학생들이 공부하는 캠퍼스라면 앉아서 태블릿을 꺼내서 글을 쓸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을까.’라는 이유에서였다.

  캠퍼스 정문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녹지가 나오는데, 알록달록한 모자를 쓴 유치원생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 견학을 온 걸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생들인데, 견학이라기보다 소풍일 거라 추측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귀여운 아이들은 모두 우비를 쓰고 녹지에서 제멋대로 뛰어놀고 있었다. 담당 선생들이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도 한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걸음을 옮겨서, 얼마간 걸음을 걷자 클라크 동상이 나왔다.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 홋카이도 개척 및 대학 설립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이라는데, 나에겐 처음 보고 듣는 인물이었다. 우리 모두가 그와 관련해 알고 있는 것은 그가 남긴 유명한 격언일 것이다.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동상을 뒤로하고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큰 가로수길을 따라 걸었다. 평일이지만 학교는 다소 한적했다. 아마 한국과 달리 개강이 10월인 일본의 대학교는 아직 방학 기간일 것이다.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놀랐던 것은 자전거 주차장에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주차되어 있던 자전거였다. 일본이 자전거 왕국이라고 하는 말을 듣긴 들었지만, 이전에 여행을 왔을 때 거리에 타고 다니는 정도를 봤을 땐 왕국까지는 글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정도면 자전거 왕국이라고 인정할 만했다. 방학이지만 때때로 걷던 중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보였는데, 다들 비가 오는데도 일상이라는 듯 우비조차 없이 개의치 않고 페달을 밟고 있었다.


홋카이도대학 박물관


  걸어가던 도중 다갈색 벽돌로 된 고딕 풍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공교롭게도 그곳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다는 홋카이도대학 종합박물관이었다. 내부에는 ‘포라스’라고 하는 카페도 있었다. 간단하게 카페라떼를 주문한 후 나는 태블릿이 들어있는 가방을 좌석에 내려두고 잠시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1층에는 홋카이도대학 관련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사실 역사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글로 전시되어 있어 일본어를 읽는 것엔 젬병이었던 나는 그냥 쓱 보고 지나갔다. 홋카이도대학 삿포로 캠퍼스 모형도 있었다. 걸으면서도 꽤 넓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홋카이도대학은 일본 캠퍼스 중 가장 넓다고 한다.(삿포로 캠퍼스의 모양 자체도 꼭 한국에서 가장 넓은 서울대학교와 닮은 듯하다) 2층 전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2층에는 각종 연구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듯했는데, 아직 여행 중에 마주치진 않았던 불곰의 박제를 볼 수 있었다. 흰색의 북극곰도 있었다. 설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꼭 홋카이도에서 옛날에 살았을 것만 같다. 펭귄 같은 새도 살고 불곰도 살고 정말 야생 그 자체인 홋카이도라면 북극곰이 이전에 살았다고 해도 말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3층에는 공룡의 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 자체가 공룡 화석 등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고, 저명한 공룡학자가 홋카이도대학 출신이라고 한다. 가볍게 3층까지 둘러본 후 다시 짐을 두었던 1층 카페로 내려왔다. 한쪽 벽에는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읽어보니 베냐민 리스트라는 교수가 2021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복도의 벽에는 한 영화 포스터와 함께 배우 오오이즈미 요의 사인이 걸려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일본의 연예인이어서 반가웠다. 사실 아까 니조시장에서도 오오이즈미 요의 사인을 보았다. 삿포로 출신의 연예인이라 그런지 어딜 가도 오오이즈미 요의 흔적이 보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출출해져서 박물관에서 잠시 나왔다. 홋카이도대학의 학식은 어떨지 궁금해서 구글맵을 켜서 학생식당을 찾아갔다. 딱히 그렇다 할 특징은 없는 평범한 식당이었다. 일본 대학의 학생식당의 특징이라고 하자면, 반찬과 함께 나오는 한국 학식과 달리 일본은 따로따로 반찬을 구매해야 하며 이것저것 골라 쟁반에 담은 후 카운터에서 다 같이 계산하는 방식이다.

  나는 추천 메뉴라는 규토로동이라는 덮밥을 먹었다. 얇게 다진 소고기가 파, 김가루와 함께 올려진 덮밥이다. 그 맛은 꼭 마치 육회를 사 먹을 돈이 없는 사람이 육회를 먹는 기분이라도 내기 위해 정말 작은 양의 소고기를 얇게 다져서 밥 위에 얹어먹는 느낌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너무 얇게 다져서 식감조차 느껴지지 않고 소고기 향만 느껴졌다.



  내가 밥을 먹으러 들어왔을 때에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다 먹고 나올 때 즈음 입구 쪽에 많은 학생들이 보였다. 모두 어떤 메뉴를 먹을까, 하거나 다른 친구가 수업 마치기를 기다리는지 식당 입구 쪽에서 우르르 몰려 떠들고 있었다. 나는 인파를 헤치며 지나듯이 그 학생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순간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이구나,라는 기분이 강하게 밀려왔다. 외로웠다. 라이딩에 가려져 있던 감정이었을까. 일본에 온 지 일주일이 되자 내가 이 땅 위에 단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는 혼자라는 사실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하하호호 떠드는 학생들을 사이를 나는 묵묵히 말없이 지나갔다. 홋카이도대학에 한 명이라도 친구가 있었더라면... 혹은 이 곳의 한국인 유학생 한 명 쯤이 내가 한국인인 걸 알아보고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그런 망상을 하며 다시 박물관으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왔지만, 당연하게도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 그랬던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야 하는 건 내 자신인데. 나는 용기가 없어 다시 카페 자리에 앉아 태블릿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창밖에서는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갑자기 기세를 바꾸고 퍼부으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옅게 마음에 깔린 외로움을 안주 삼아서 주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여러 번 바뀔 동안에 나는 홀로 꿋꿋이 홋카이도대학의 카페에 앉아있었다.



  그렇지만 홋카이도대학은 나름 즐거운 장소였다. 흔한 추천 관광지가 아니고 스스로 온 곳이라 더욱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내가 느낀 것처럼 홋카이도대학이 일본에서 ‘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여행지 2013’에 전국 6위로 선정된 적이 있다고 한다.

  오후 4시가 되자 비가 그치고 눈부신 햇살이 구름 틈을 비집고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무인양품에 들러서 내일 먹을 음식들을 대충 골라 집어 계산하고 나왔다. 오호리 공원의 오텀페스트(9월 동안 맛집들이 부스를 운영하는 축제)도 열려 있었다. 아까 비가 내릴 때도 열고 있었으려나? 슬슬 퇴근하는 사람들도 차량도 삿포로 시내를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그들 사이에서 이방인이었던 나는 숙소로 돌아가는 목적이 있었지만 동시에 정처가 없는 것처럼 걸었다. 4일 라이딩 내내 안장통이 지속되어서 자전거 가게에 들러서 안장을 새로 샀다. 가격은 6600엔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한국에서 중고로 샀다면 더 쌌을 텐데. 아침의 우니동의 타격에 연이어 내 잔고도 멘털도 연타를 얻어맞고 비틀비틀거리는 기분이었다. 저녁은 뭘 먹지? 그러고 보니 삿포로에 와서 징기스칸을 먹지 않았는데. 하지만 지금 여기서 징기스칸까지 먹는 것은 현재 내게는 너무나 큰 사치다라고 생각하고 단념해버리고 말았다.


  대신에 기분이라도 낸답시고 뜬금없이 샤브샤브용 양고기를 사 와서 햇반과 함께 게스트하우스 주방에서 구워 먹었다. 양고기 냄새가 주방에 진동했다. 양고기 향이 나는 대패삼겹살을 구워 먹는 기분이었다. 또 다른 테이블 자리에는 한 서양인 여성이 밖에서 사 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그녀와 나는 각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역시 나에게 일말의 흥미조차 없어 보인다. 저녁을 먹어치운 뒤 프라이팬과 그릇들을 깨끗하게 설거지하고 방으로 돌아가 2층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 이 외로움과 공허함에서 내일 자전거를 타고 벗어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궁상을 떨며 내 인생 첫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삿포로의 오도리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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