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바라본 동해안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종주 12일 차 : 사카타~니이가타 (162Km)

by 루로우

호텔 예약에 조식이 포함된 줄도 몰랐다.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고 해야 할지, 숙소 결제를 하며 조식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멍청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아침을 사 먹으러 편의점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조식을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빨리 아침을 먹고 일찍 출발하기 위해 새벽 6시가 되자마자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른 시간부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부분 운동부인 듯한 트레이닝 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었는데, 대회나 전지훈련을 연유로 사카타로 와서 단체로 숙박하는 듯했다.


의외로 호텔 조식은 편의점에 비해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긴 장거리 라이딩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무제한으로 아침부터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식사가 없었다. 감자튀김, 빵, 파인애플… 배가 불러도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빵과 달달한 음료까지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호텔 방을 나가기 전 거울을 바라보자, 군대 전역 후 왔던 홋카이도에서는 짧았던 머리가 어느새 꽤 많이 자라 있었다. 3주 전만 해도 내가 대한민국 끝자락의 강원도 고성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군대의 훈련과 비슷한 강행군을 사서 하고 있지만….



오늘도 어제와 같은 긴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라이딩을 이어갔다. 시커멓게 반쯤 탄 다리의 상처에는 어느새 진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고 검은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쭉 이 해안선만 따라서 달리기만 하면 니이가타에 도착할 수 있다. 장장 해안선이 160킬로라는 게 문제지만.


비 예보 탓에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는 길 내내 동해안의 풍경은 정말 삭막함 그 자체였다. 명색이 동해안인데, 정말 이날을 여행기로 쓴다면 대체 뭘 적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초나 강릉 같은 곳을 기대했다면 잘못이었던 걸까.


일본의 동해안은 기암괴석과 암초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사사가와나가레’라고 하는 곳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사이클 코스로 등장한다. 어쩌면 강원도 동해의 촛대바위와 비슷한 곳이지 싶다.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내가 지나갈 때는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휑하고 쓸쓸했다. 흐린 날씨 때문인 걸까?


가는 길 내내 터널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차량은 적었지만 갓길도 너무 좁아서, 좁고 어두운 터널의 차선 끝을 내달리는 것은 꽤 정신적 소모가 컸다. 아무리 일본의 차량이 친절해서 나를 피해서 달리더라도, 터널은 어둡고 위험하기 때문에 뒤에서 차량이 오는지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터널을 수십 개를 지나다 보니 정신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가 신경쇠약이라도 걸릴 것만 같았다.

점심 이후에도 동해안의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이 끝도 없는 길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수도 없이 민가와 바닷마을들을 제치고 지나갔다. 일본에서 바라본 동해안은 편의점조차 없는 바닷마을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도로만이 기억의 전부였다. 어느새 회색 하늘도 짙은 남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나둘 건물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니이가타에 도착했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외쳤지만, 알고 보니 니이가타에서 20~30킬로 떨어진 근처였다. 1시간이나 남았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서야 니이가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약한 ‘반다이 호텔’은 특이하게도 단독 건물이 아닌 상점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상점가 내부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로비는 고급 호텔처럼 엄청나게 넓은데, 방은 정말 침대가 대부분 방을 차지할 정도로 쥐꼬리만큼 좁았다. 사실 1박에 3,000엔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항상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면 천국에 온 기분이다. 이런 기분은 자전거 여행을 하지 않으면 일상에서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다. 이대로 누워서 기절해 버리고 싶었지만, 저녁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갔다. 오늘 저녁도 마트. 마트에서 20~30% 할인하고 있는 방어회, 참치회와 사케를 사 왔는데 호텔에 와서 보니… 나무젓가락을 잊었다. 포장을 뜯어보니 간장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통 간장은 안에 동봉되어 있지 않나? 천사채까지 뒤적거리며 찾아보았지만 간장은 없었다. 일본에서는 보통 함께 포장되어 있지 않고, 한국 편의점의 컵라면 젓가락처럼 마트에 따로 마련된 무료 와사비와 간장을 가져가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젓가락도 간장도 찾으러 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무작정 손가락으로 생선 살을 집어 먹었다. 누가 보면 야만적이라고 느낄 만한 광경이었다. 니이가타의 명물인 쌀로 만들어서 유명하다는 사케도 그냥 독하디 독한 술맛이었다.


히로사키에서 니이가타로 오는 동안 3일 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그럴 만도 한 게 홋카이도에서는 80~90킬로 정도로 달렸지만, 이번 3일간의 라이딩동안 160킬로, 100킬로, 160킬로를 연달아 달렸다. 홋카이도에서 160킬로를 달리자, 이제 100킬로가 짧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게 문제였다. 160킬로를 한번 탄 이후로는, 100킬로를 타면 꼭 열심히 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 이것밖에 못 탄 거야? 이게 최선이야?’라고 자꾸만 또 다른 자아가 나를 들들 볶는다.


그래도 오늘도 홋카이도 종주를 마치고 하코다테에 도착했을 때처럼, 큰 페이지의 한 장을 넘긴 기분이었다. 첫 장은 홋카이도, 두 번째 장은 니이가타까지의 혼슈 동북부. 이제 다음 장만 넘기게 되면 기다려온 도쿄가 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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