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심(空心) 언니
무심 씨 앞동엔 공심(空心) 언니가 살고 있다. 나이는 얼추 40대 끝자락에 서 있다. 공허하게…
공심 언니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항상 하하호호다.
“무심아? 넌 젊은?? 애가 왜 그리 쳐져있어?”
“그러게요.. 뭐 딱히 웃을 일도 설렐 일도, 재미난 일도 없네요.”
“무심아? 흐르지 않으면 썩어, 스스로 연못은 만들지 말자"
공심 언니 신랑은 늘 바쁘다, 사업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돈 많이 버는 사람이라 그런지…일 년에 서너 번 마주칠 정도다. 그래도 공심 언니는 속도 없게 불평 한마디 없이 행복해 보이는 게 무심 씨는 왠지 불편하다.
무심 씨는 생각해 본다. 언제부터 웃음을 잃었는지, 설레는 마음이 멈췄는지,
여자들은 40이 훌쩍 넘어가다 보면 많은 것들과 단절되기 시작한다.
어릴 때는 ‘엄마, 엄마’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도 쾅 문 닫고 철옹성을 치고, 언제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일, 결혼기념일엔 남편 선물을 챙겼었는데 이젠 날짜고 가물가물하다. 육아로 끊겼던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도 한없이 낯설기만 하다. 공심 씨는
물론,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자들도 40이 훌쩍 넘어가다 보면 극한의 단절과 처절하게 사투를 시작한다.
한때는 소리깨나 내고 회사 다녔지만, 지금은 소리 날라 조심조심 눈치 보며 다니고, ‘여보? 언제 들어와? 오늘은 뭐 먹고 싶어?”코맹맹이 소리하던 마누라도 이젠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신경도 안 쓰고, 혹여라도 늦은 저녁 귀가해 저녁밥 이야기를 꺼내면 폭풍 잔소리를 한 바가지 먹어 소화불량이 걸릴 지경이다.
웃음꽃 활짝 피는, 단절 없이 맑은 샘물이 흐르는 가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오랜만에 아이들과 유쾌한 등원을 하고 한가로이 차 한잔 하는 무심 씨, 카페 창밖 너머로 공심 언니가 총총걸음으로 어디로 간 향한다. 얼마 후 카페에 들어온 공심 언니
“언니? 어디 다녀오세요? 아까 바쁘게 가시던데요?”
“응, 살게 좀 있어서..”
“장 보고 오셨어요? 나도 장 봐야 하는데”
“아니, 마트 좀 다녀왔어, 샤워기 헤드 좀 사려고”
“언니? 지난번에 저랑 마트 가실 때 사셨잖아요? 불량이에요?”
공심 언니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웃는다. 왜 저럴까?
“아니, 쓰다 보니까 내 취향이 아니라서”
“언니? 샤워기 헤드도 취향이 있어요? 그런가?”
“무심아? 그럼 신랑을 바꾸니?”
공심 언니랑 헤어지고 나서 무심 씨는 한동한 생각에 잠겼다.
언니의 추천 미드 Private Practice 보는데 Oh my god!
드디어 무심 씨는 공심 언니가 왜 샤워기 헤드를 자주 바꾸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