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ry Mom _분노일기
6. 안녕?... 나야!!!
6. 안녕?... 나야!!!
“꽃을 하나 떠올려 보세요”
“무슨 꽃이여?’
“눈을 감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세요.. 혹시 보이는 꽃이 있나요?”
“네, 있어요, 꽃이..”
“무슨 꽃인가요?”
“그냥.. 들꽃이여. 이름 모를 들꽃”
“들꽃이 어디에 피어 있나요?”
“도로변에요.. 차들만 다니는 한적한 도로변에…”
“지금 꽃은 어떤 상태인가요?”
“바람에 흔들거려요.. 잠시 중심을 잡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면 또다시 크게 흔들거려요”
“꽃을 조금 더 보기 좋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으면 어떨까요?”
“아니요, 그냥 이곳이 좋아 보여요. 흔들거려도 뽑히지는 않아요. “
“꽃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아니요. 슬프게 눈물 나게 대단해 보여요”
“왜요?”
“아무도 봐주지 않는데, 아무도 물도 주지 않는데, 아무도 예쁘다 칭찬하지 않는데도..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계절넘이를 하고 또다시 꽃을 피우고…’
“왜 눈물이 나세요?”
“모르겠어요. 작은 가시가 박힌 것처럼 까슬까슬 찌릿찌릿 몸 구석 어딘가가 아파와요”
“꽃이 뭐라고 하던가요?”
“괜찮다고 해요. 여기가 좋다고. 가던 길 열심히 가라고 “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이름 모를 들꽃이 뭐라고 눈꺼풀을 떼지도 못하고 계속 눈물이 사이로 흘러내렸다.
첫 번째 가족 상담을 마치고 상담 선생님께서 나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네셨다.
“어머니도 한번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보기엔 어머니가 더 힘들어 보여요”
“제가요? 힘들어.. 힘들어 보여요?”
특별한 말도 아니고 다르게 생각하면 이 선생님 나한테까지 상담 영업?을 하시나 할 수 있었을 텐데.. 선생님의 눈에서 ‘걱정’이 보였다. ‘내 걱정’이
이름 모를 들꽃이 ‘나’라고 한다. 아무도 봐주지도 않고 물도 주지 않는데 혼자 뭐가 그리 잘났다고 꿋꿋이 꽃을 피우는 미련한 들꽃이…
꽃잎 하나 떨어질까, 조금이라도 시들까 애지중지 귀한 대접받는 꽃들도 많은데. 고작 생각으로 떠올려 보라 하는데도 못하고 자동차 먼지 꼬질 하게 뒤집어쓰고 흔들거리는 볼품없는 들꽃이라니..
“어린 시절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언제요?”
“기억나는 가장 어린 시절로 가볼까요?”
“6~7실 때부터 기억이 나요.”
“그때 이야기를 조금 해주실래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기억에 남아 있는 것 아무거나요. 편안하게 생각해 보세요”
“저는 어릴 때 이모집에 가서 자고 왔어요. 6살 차이 나는 언니랑 같은 방을 썼는데 언니가 혼자 쓰고 싶다고 해서. 한동네 사는 이모네 집에 가서 이모네 언니랑 잤어요”
“왜요? 엄마, 아빠랑 잘 수도 있었잖아요”
“그때는 방이 2개였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남동생이 같이 잤고, 저는 언니랑 잤는데.. 제가 안방에서 자면 불편할 거 같아서요”
“그래서 이모네로 갔어요? 그 어린 나이에?”
“네, 이모네 언니는 대학생이었는데 공부도 가르쳐 주고 좋았어요”
“그럼 좋아서 간 건가요?”
“아니요, 가끔은 가기 싫어서 한참 동안 집 앞에 앉아 있기도 했어요”
“집 앞에 앉아 있는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울고 있어요, 엄마 품에 꼭 안겨 자고 싶어서, 아침에 집으로 오는 것도 무서웠대요”
“어머나, 안쓰러워라”
상담 선생님은 어느새 내 품에 작은 인형을 안겨주었다.
“꼭 안아주세요. 그리고 이야기하세요. 그때 이렇게 못 안아줘서 미안해. 못 알아줘서 미안해.. 이야기하면서요”
“못하겠어요. 말이 안 나와요”
‘천천히 해보세요”
“미. 안. 해, 혼자 있게 해서”
“그때 못 안아줘서 미안해..”
“그때 알아봐 주지 못해서 미안해. 꼭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아이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아요?”
“괜찮대요. 다 이해한데요. “
보였다. 골목 끝자락에 앉아서 울고 있던, 작은 아이가.
고작 7살인데.. 울고 있는 내 등을 토닥토닥 거리며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한다.
“그 아이가 바라는 게 뭘까요?”
“엄마가 꼭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해요. 엄마 품이 그립다고”
“그럼 엄마에게 가서 안기라고 하세요, 안아 달라고”
“엄마는 너무 바빠서 언니도 챙기고 동생도 챙겨야 해서 안된다고 해요”
“가서 엄마 손을 잡아 보세요”
‘못하겠어요”
“엄마도 기다릴지 모르잖아요”
“아니래요, 엄마는 혼자 알아서 잘하는 줄 알고 좋아한데요”
“꼭 안아주세요, 그리고 미안해, 못 알아봐 줘서, 그리고 사랑해라고 말하세요”
“미안해, 꼭 안아주지 못해서 내가 너무 미안해, 지금에서야 너를 찾아서 너무 미안해”
그 아이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7살의 내가 마흔이 훌쩍 넘은 나를 괜찮다며 울지 말라며 꼭 안아준다.
안녕! 지금에서야 내가 너를 봐서 미안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내가 어른이랍시고 너를 저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고 어른 놀이만 했나 봐. 미안해..
우리 좋은 날 예쁜 꽃도 보고 바다도 보고 그러자..
네가 나라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