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분노
<전학 10일 차>
동동이의 전학으로 학부모 및 아이들에게 편치 않은 상황을 만든 점 사과드립니다.
동동이가 오늘로 수업일 수 9일째였습니다.
네, 지난주 목요일까지는 아주 난장을 피웠습니다. 금요일부터 아침 등굣길에
“엄마? 오늘은 한 뼘 더 노력해 볼게”
그러면서 먼저 가방을 메고 등굣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일이 생겼네요.
네, 동동이는 상처가 많습니다. 친구들, 학교, 선생님들에 대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아이입니다. 지금도 밤에 깊이 잠을 못 잡니다.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며 울며 깹니다.
근처의 학교들, 대안학교까지 모두 다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동동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 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해서요. 그러다 @@초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내 아이가 아니라 모두의 아이로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다고 해서입니다.
그런데 제가 크게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울타리 안의 아이가 내 아이지, 밖에서 날아온 아이는 그것도 상처로 비뚤어지고 평범하지 않은 아이는 경계의 대상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저는 묻고 싶습니다.
동동이를 제외한 9명의 아이는 서로 상처 없이 장난 없이 마음 상한 없이 평화롭게 잘 지냅니까?
내 아이와 조금 다르면 ‘진단’ 받은 아이로 보이십니까?
(아무런 진단도 받지 않습니다. 다만 학교에 대한 커다란 트라우마로 상처투성이인 아이입니다.)
동동이가 @@초 학생으로 들어온 게 창피하십니까? 동동이가 상담치료받는 것도, 혹여나 적응을 잘해 잘 지낸다 해도 주변에 소문내지 말라고 하는데 내 아이가 전염병처럼 보이십니까?
더 이상 문제 있는? 아이들의 유입을 원치 않으신다고 @@초는 모두가 다닐 수 있는 공립학교 아닙니까? 마음이 아프거나 여러분의 아이들과 다른 아이들은 다닐 수 없는 그런 곳입니까?
한 달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의 시간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홉 살의 남자이 이들 10명입니다. 다툼도 갈등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동동이도 9일간의 학교생활 동안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 외면, 놀림도 받았습니다. 9명의 아이들은 동동이에게 어떠한 장난도 놀림도 없었다고 하던가요? 한 번만 물어봐 주시겠습니까?
<전학 13일 차>
학교 측에서는 저와 9분의 어머님의 의견이 상충하여 혼란스럽다고 하십니다. 상황과 사실은 하나인데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어머님들이 학교 측에 제기하신 몇 가지 상황에 대해 답변드립니다.
1. 적응기간 한 달은 누가? 누구의 기준으로 정했는지..
이 부분은 담임선생님과 전학 전후로 계속적인 상담을 통해 제가 부탁드린 부분입니다.
2. 동동이의 ‘한 달 적응기간’ 동안 나머지 9명의 아이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우선 동동이가 등교한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아이가 있다면 저에게 피해보상 청구해 주세요.
트라우마란 심 한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겪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으로 천재지변, 대형 사고, 범죄 피해 등을 겪은 뒤 발생한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중·고교 시절 외환위기를 맞아 부모의 실직·부도를 간접 경험하고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취업 대란에 맞닥뜨린 20대 중·후반을 일컬어 트라우마 세대라고 명명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동동이의 9일간의 학교생활이 천재지변, 중대한 범죄피해와 같은 상황이라고까지 생각하시니..
저는 그렇습니다. 예민하고 엉뚱하고 낯선 상황에 대해선 적응이 쉽지 않은 남자아이를 키우다 보니 여러 가지 상황을 다 겪었습니다. 전 존재감 없는 아이보다 동동이가 훨씬 더 좋습니다.
건강한 아이들이고 가장 정서적, 신체적 자아가 크게 성장할 시기라고 봅니다. 또한 아이들만의 주체적인 사회가 구성이 되고 갈등과 대립, 그리고 화합 등의 과정을 거쳐 문제 해결 방법을 배워가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3. 공공장소(학교 현관)에서 동동이에게 잘잘못을 물으며 아이 대신 사과를 요구하신 어머님들은 동동이에게 사과해 주시길 바랍니다.
동동이가 전학 온 후 아이들이 불편하고 힘들어했던 상황에 대해선 2학년 9명의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의 갈등과 문제를 아이가 아닌 부모가 공개된 장소에서, 상관없는 제삼자들이 있는 곳에서 동동이에게 직접 잘잘못을 묻고 사과를 요구하신 것에 대해선 꼭 사과해 주세요.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할 수 도 있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너를 지켜줄 수 있는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셨다고 하신 분도 계시는데.. 그런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셨을지 모르지만 제 자식 마음엔 커다란 생채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본 9명의 아이들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따뜻했습니다.
4. 학교 다닐 자격?
몸이 아프거나 불편하거나 마음 아프거나 불편한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다릅니다. 동동이는 아이들과 관심사도, 쓰는 단어들도 다릅니다. 엉뚱합니다. 그렇게 지능이 뒤떨어지거나 ADHD, 자페 스펙트럼 등 어떠한 것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동동이로 인해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또다시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동동이 또한 친구들에게 서운하고 상처받을 일이 또 있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추슬러 말하기보단 울음부터 터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10명의 아이들을 믿습니다. 신체가 커갈 때 보다 마음이 정서적으로 커갈 때 훨씬 더 힘들고 고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멋지게 열심히 자라 나갈 거라 생각합니다.
5. 제 입장은요
동동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으신 아이들은 꼭 피해보상 청구하세요. 동동이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다면 꼭 병원에 가서 상담받으시고 제게 알려주십시오.
저희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습니다.
1:9입니다. 이건 집단 따돌림이며 공공장소에서 어른이 아이에게 큰소리로 사과를 요구하고 다그친 건 이것 또한 동동이 입장에서는 폭력이었습니다. 입장을 바꿔 제가 그랬다면 어머님들은 저처럼 가만히 계셨을까요?
9분의 어머님들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의 소중한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