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숨구멍
16. 숨구멍
예상치 못한 초여름 날씨만큼이나 버거웠던 걸음을 멈춰 보니 어느덧 7월의 앞자락에 서 있었다. 뒷 목덜미가 따끔거리게 따가운 여름 햇볕에 서서 하늘을 보니 티끌 하나 없이 푸르렀다. 나는 시렸다.
동동이는 기억과 마음속에 방을 하나 만들어 번호를 알 수 없는 자물쇠를 매달았다. 그날들의 기억을 마음을 동동이 입으로 눈빛으로 들을 수 없었다.
“엄마? 요즘은 학교에 작은 숨구멍이 하나 생겼어”
“그래?? 뭔데??”
“이리 와 봐”
내 손을 꼭 잡더니 연신 땀을 닦으며 어디론가 나를 데려갔다.
“여기는 우리 학교 비밀창고야”
“비밀창고??”
“응, 쉽게 말하면 자연 냉장고? 하하하”
동동이와 도착한 곳은 학교 건물 뒤에 자리 잡은 작은 텃밭이었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고랑마다 예쁜 이름표를 있었다. 여름 뙤약볕을 맛있게도 먹으며 녹푸른 잎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엄마? 이건 우리 2학년 텃밭이야, 상추도 있고, 이건 방울토마토야, 그리고 이건 가지야”
“우와, 정말 대단하다. 이걸 다 너희들이 키운 거야?”
“그럼, 선생님이 조금 도와주시긴 했지만 우리가 다 했지. 여기가 내 숨구멍이야”
학교에서 이렇게 환하게 웃는 동동이는 처음 봤다. 잡초라도 나 있을까 봐 허리를 숙여 고사리 같은 손으로 텃밭을 돌본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고추냉이 한 큰 술 삼킨 듯 코끝이 찡했다;
“그런데 동동아? 작은 숨구멍이 아닌데? 엄청 크고 멋진 마법의 구멍 같아”
“그래? 그리고 운동장 앞에는 , 동동이 화분 텃밭도 있어. 거긴 상추들이 쑥쑥 자라고 있지”
“정말? 우리 동동이 완전 농부님 다 되었네”
“하하하, 난 꿈이 어부였는데 농사를 짓고 있네, 엄마? 상추 자라면 따서 우리 고기 구워 먹자”
“좋았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진흙탕에서 아이는 길을 찾아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