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ry Mom _분노 일기

17. 정신건강의학과

by 조안


17. 정신건강의학과


예전에는 귀한 아이는 손탈까 험한 이름을 부러 붙여 불렀다고 한다. ‘개똥이’, ‘소똥이’,

그런데 요즘은 귀한 내 새끼 누가 눈이라도 한번 흘길까 금이야 옥이야 품에 끼고 키운다. 자식이 얼마나 어려우면 존댓말까지 쓰며? 키우는 세상이다.


“우리 아기 정말 잘했어요. 밥 먹어야죠”

“하기 싫어요? 그래도 해야죠? 뭐라고요? 목욕 잘하면 핸드폰 보여줄게요”

물론 대화 상대에 따른 격을 가르치기 위해서 존댓말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자식이 상전이다. 그래서일까? 주변을 둘러보면 죄다 금쪽이고 은쪽이고, 금이야 옥이야.. 보석 천지다.


많은 부모들이 그럴 것이다.

‘우리 아이가 혹시? 아닐 거야’ 그러면서 애써 부정을 몰아내고 긍정으로 포장을 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내 아이 염려증>이 생겼다. 유명한 TV 프로그램을 보면 금쪽이 사연이 꼭 내 아이 상황과 같아 보인다. ‘혹시 내 아이도 ADHD 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 폭풍 검색을 하며 내 아이의 증상? 과 짝 맞추기를 한다.


“ADHD, 아스퍼거 증후군, 소아 우울증, 아니면 내가 문제인가?”




예약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진료와 검사를 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정담을 쥐어주는 거 같아 더욱 싫었다. 아니다. 내가 걱정하는 예상하고 있는 것이 정답일까 더 두려웠다.


“네, 동동이 어머님, 현재 예약 가능일을 최대한 빠른 게 7월 10일 이후예요.”

“지금이 3월인데 7월이요? 그렇게 밀렸나요?”

“네, 이것도 오늘 취소가 있어서 한자리가 갑자기 뜬 거예요. 예약해 드릴까요?”

“네, 예약 부탁드립니다.”


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여름이 언제 왔는지 모를 정도로 모래폭풍 속을 걷고 있었다. 작은 알람 소리와 진동에 핸드폰을 보니 3일 후가 동동이 진료 일임을 알리는 톡이었다. 길을 잃어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서 나침반을 손에 쥔 듯 기뻤다. 무언가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겼다. 그런데 아이에게 무어라 설명을 해야 할지..


“동동아? 금요일에는 엄마랑 병원에 갈 거야”

“동동이 아픈데 없는데..”

“아파서 가는 게 아니라 혹시라도 동동이랑 엄마가 모르는 곳에 나쁜 벌레가 있을까 싶어서”
“응, 알았어”


3일 후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엘 갔다. 평소에 다니던 병원이라 그런지 아이도 거부감 없이 병원으로 들어섰다.


“엄마? 소아과는 1층에 있잖아. 올라가야지?”
“아니, 오늘은 다른 과에 갈 거야. 저기 보이지?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저기는 어디가 아픈 사람이 가는 거야?”

“응, 저기는 마음이 아프거나 그래서 생활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야”

아이는 무엇을 알아들었는지 더 이상의 질문 없이 내 손을 꼭 잡고 진료실로 향했다. 솔직히 동동이보다 내가 더 긴장되고 걱정이 되었다. 복도 끝 저곳의 상황이, 아니 장면이 상상이 가질 않아서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여느 외래 진료과의 장면과 다를 바 없었다. 동동이도 긴장했는지 손바닥에서 땀방울이 맺혔다.


“오늘 3시에 예약한 동동이입니다.”

“네, 잠시만요. 진료 전에 간단한 검사지를 드릴 테니 기다리시면서 작성해 주세요.”

검사지는 낯설지 않았다. 문장 완성 검사지와 아이에 대한 대략적인 행동 검사지였다. 어렵지 않게 검사지를 제출하고 진료를 기다렸다.


“안녕? 네가 동동이구나, 반가워”
아이는 부끄러운지 살짝 몸을 내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본 후

“안녕하세요”

담당 교수님은 조금은 과장된? 목소리로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약 2분? 4개월의 기다림의 첫 만남은 3분 정도 되었다. 간단한 상담을 맞추고 주의력 검사 등 몇 가지 검사 스케줄을 잡고 집으로 왔다.


그 후 검사 스케줄에 따라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결과 확인 외래까지 예약을 했다.


길었다. 불과 열흘 정도 되는 시간이었는데 하루를 꼬박 24시간을 의식하며 보낸 듯싶다.


“네, 동동이 어머니,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네, 나름 잘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음, 검사 결과를 보니 동동이는 음.. 아무 문제없습니다. 다만 기질적으로 참을성이 없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분명 보통의 아이들보다는 산만하고요”
“네? 그럼 진단명은 없는 건가요?”
“네, 지금으로서는 진단을 내릴 만한 요인은 없습니다.”


왈칵 눈물이 흘렀다.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이보다 기쁘지는 않았을 거다.


“선생님? 그럼 동동이 금쪽이 아니에요?”

“그래, 동동아, 너는 금쪽이 아니야”

“엄마? 동동이 금쪽이 아니래”


동동이는 금쪽이가 아니었다. 그냥 그런 개똥이었다.


“엄마? 그런데 병원에서 보니까 진짜 금쪽이 형아, 누나, 동생들이 많은 거 같아”
“왜?”

“응, 동동이가 보니까 계속 핸드폰 보고 엄마 한데 심한 말 하고 만지면 안 되는 것들도 만지고”

“동동이가 보기에 어땠어?”

“불편했어”

동동이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간 것만으로도 조금의 치료가 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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