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ry Mom _분노 일기

12. 또 다른 엄마

by 조안


13. 또 다른 엄마


6월이다.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 꿉꿉한 습기와 때 이른 더위로 에어컨을 풀가동해야 그나마 숨을 쉴 수가 있다. 눈치 없이 비는 왜 이렇게 내리는지.. 6월의 절반도 안 갔는데 한여름 장맛비처럼 속절없이 내리는 날이 하루 걸러다.


동동이가 전학 한지 어느덧 2주가 다 되어 간다. 수입일로만 따지면 정확히 8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화를 내더니 토해내듯 빗줄기를 뿜어 낸다.


동동이 하교시간이 이젠 두려움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내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확인받는 자리고 혹여라도 불쑥 또 누군가가 우리를 질타할 듯싶어서 머뭇거리게 된다.


차에서 내려 학교로 향하는데 눈앞이 보이질 않는다. 어찌나 빗줄기가 세던지 꼭 어릴 적 잘못해서 엄마에게 등짝 한 대 맞는 것처럼 따갑다.


“니가 동동이니?니가 우리 혀니 때렸니?’


좁은 중앙현관은 거센 빗줄기와 아이들의 하교로 더없이 북적이고 불편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내 아이를 찾고 있었다.


“어머니, 저랑 이야기하시죠”

교감선생님이 처음 보는 엄마를 달래기 시작했다.


“동동이? 니가 우리 혀니 때렸니? 우리 혀니가 오늘 너 때문에 울었다는데, 어? 말을 해”

“저기 혀니 어머니, 아이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랑 이야기하시죠”

나는 잔뜩 독이 올라 소리치던 엄마에게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


“저기요, 됐고요. 난 우리 혀니한테 들은 거 없고요, 선생님한테 전해 들은거에요”


나는 동동이를 데리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동이는 불안해하며 내 손에 손톱자국이 남을 정도로 꼭 잡고 떨리는 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수업시간에 교실 뒷문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해서 혀니가 불편하다며 울기 시작했어. 동동이는 때리지도 않았는데 울어서 너무 놀라 나도 울었어. 정말 안 때렸어. 엄마”

“그럼, 엄마는 동동이 이야기 다 믿어. 알았어. 우리 나가서 이대로 이야기해보자.”


“우리 동동이 일인 거 같은데 무슨 일인가요?”


“동동이 니가 이야기해봐, 왜 우리 혀니가 니 때문에 울고불고 난리가 난 거야?”


“제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교실이 갑자기 너무 답답해서 보건실,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혀니가 신경질 난다며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 혀니를 불편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혀니야 내가 미안해”


내 아이는 겁에 잔뜩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리다 넘쳐흘러 빗물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젖어 있었다.


“우리 혀니는 니 사과를 받고 싶지 않데. 지금 그러니 넌 기다려”

“니가 전학 와서 얼마나 피해가 많은 줄 알아? 도대체 뭘 배운 거니? 니는? 어?”

“사과는 상대방이 받아들여줄 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어? 이런 거 안 배웠어?”


무슨 이 학교 애들은 사과도 한 템포 쉬어서 받아들이고 그 엄마들은 애들의 대변인지 아이들은 입도 뻥긋 안 하는데 고작 9살 배기 애를 상대로 못할 말들을 퍼부어 대는지..


“이 보세요? 혀니 어머니, 저랑 이야기할 부분 아닌가요?”

“됐고요. 선생님? 똑바로 하세요”


그 엄마는 교감선생님께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로 훈계를 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굵은 빗줄기도 삼킬듯한 표정으로 자기 아이 손을 잡고 그냥 뒤돌아 가기 시작했다.

학부모 회장님이었다. 그 엄마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참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 학교는 뭐가 그렇게 특별합니까? 전학생이 고작 8일 학교 다녔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아니꼽고 싫은지 고작 9살인 아이를 이렇게 절벽 아래로 내 봅니까?”


동동이는 울부짖으며 나를 말렸다. 자기가 잘못했다며, 이러다 다른 아줌마들이 엄마 어떻게 할거 같아 무섭다며 목놓아 울었다.


욕만 하지 않았지 여러 사람들이 북적이는 하굣길 현관에서 그렇게 동동이와 나는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참히 짓 밟히고 말았다.


내 새끼 눈에서 마음에서 손끝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동동이는 그 후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등교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질 못했다.

계속해서 그 아줌마들이 엄마한테 나쁜 짓 할 거 같다는 이야기만 되네였다.

이전 12화Angry Mom _분노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