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역설 _ 강한 엄마
11. 역설 _ 강한 엄마?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른 뙤약볕에 시원한 바람 한 줌이 아쉬울 때인데 나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코끝에 땀방울이 방울방울 맺혀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바람이 불어온다.
전학하고 꼭 3일째 일이 터졌다. 그런데 이것이 터질 일인가? 싶기도 했다. 처음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으니까..
전학 3일 차, 하교 10분 전에 도착해서 동동이를 기다렸다. 오늘도 동동이가 교실을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이미 전해 들은 후였다. 새로운 학교의 학생들, 선생님들은 처음? 겪는 일이라 적잖이 놀라신 모양이다. 그렇다고 동동이가 학교를 탈출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교실만..
“동동아? 오늘 학교생활 어땠어?”
“싫어, 다니기 싫어. 엄마? 나는 학교도 싫고 친구들도 싫어”
“그래도 한번 더 노력해 보기로 했지? 엄마랑?”
“응, 알아”
“그래,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
그 순간 운동장 건너편에서 내 아이를 부르는 시니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동동이니? 네가 우리 민이 큐브 꺠뜨렸니?”
“아니요, 안 그랬는데요”
일면식도 없는 엄마가 자기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와 옆에 있는 나에게 아무런 언질도 없이 다짜고짜 내 아이에게 질문을 쏟아 냈다.
“민이는 네가 큐브를 깨뜨렸다는데? 아줌마는 네가 아니라면 할 수 없지만 우리 민이에게 사과 헸으면 좋겠어”
“동동아? 잘 생각해 봐. 아줌마는 널 혼내는 게 아니라 그리고 엄마는 사실을 알고 싶으니”
“아, 생각났어요. 종이 큐브를 만들어서 던지고 놀다가 내가 잡다가 구겨졌어요”
“네가 했으면서 왜 안 했다고 거짓말하니? 우리 민이는 너의 사과를 꼭 받고 싶대”
“민아? 미안해”
“기다려 우리 민이는 아직 사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질 않았으니까.”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게 이렇게 언성을 높이며 9살 아이를 다그칠 일인가? 옆에 안절부절 서 있던 민이가 가방을 주섬주섬 열며 말을 이어 갔다.
“엄마? 이게 원래 이렇게 구겨진 건 아니고 가방에 넣으니 책 사이에서 더 구겨진 거야”
“민이 엄마? 동동이 엄만데요. 미안해요. “
“저는 원래 이런 사람 아닙니다. 다 내 자식이라 생각하는데 동동이 전학 후 민이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어떤 일이 생겨도 널 지켜줄 수 있는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럽니다.”
강한 엄마? 무어라 대거리를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민이 엄마? “
“됐어요, 가자 민아”
동동이도 나만큼이나 충격을 받아서 연신 내 눈치를 보며 불안해했다.
“동동아? 괜찮아. 놀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일이 생겼을 때 바로 사과를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잘못이 될 수도 있는 거야. 괜찮아. 오늘 용감했어. 친구에게 사과한 거”
그날 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엄마가 말한 네 글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도대체 ‘강한 엄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자리에서 그 엄마는 과연 아이에게 나를 지켜주는 강한 엄마로 비췄졌을까? 제대로 대거리 한번 못한 난 한없이 나약한 엄마로 비쳤을까?
이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강한 엄마’
졸지에 나를 나약한 엄마로 만든 강한 엄마(민이 엄마)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