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ry Mom _분노일기

9. 전학

by 조안


9. 전학


‘다르다’와 ‘틀리다’의 결정 기준은 뭘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뭐 이런 공식일까? 많은 부모들이 마음속으로 강하게 믿고 확신에 찬 소리로 내는 것이 이것이다.


“우리 아이는 그럴 리가 없어요. 조금 다른 아들과 다를 뿐이지 나쁜 아이는 아니거든요.”

물론 그렇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나쁜 어른들이 존재할 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얼굴의 절반 이상을 마스크로 가리고 산지가 벌써 3년이다. 특히나 모든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마스크 세상은 의도치 않은 세상과, 친구들과의 단절을 가져왔다. 눈으로는 웃으면서 마스크 속 입으로는 험한 이야기를 하고, 환한 웃음이 아닌 비웃음을 숨기는 것에 자연스레 익슥해졌다. 그래서 인이 코로나 시대 이전과 비교하면 가장 도드라진 것은 학습격차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아이들의 정서 소통의 부재, 그리고 공감능력의 저하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첫 사회생활의 시작인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겐 심각한 부작용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웃고 떠들며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눈을 맞추며 웃고 떠들며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함께 뛰어놀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삭제되었다. 친구들 얼굴보다는 미디어에 익숙해지고 친구들과 땀 흘려 뛰어 놀기보다는 게임으로 만나고 옳고 그름을 어른들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에서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잘 자라고 있는 것일까?




쌍둥이 들은 유치원 때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쌍둥이라는 것, 그리고 남녀 쌍둥이라는 것. 꼬맹이들 눈에는 그저 신기했을 것이다. 나이가 같은 형제가? 있다고? 친군데 한집에 산다고? 그런데 내 아이들이 관심을 받은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 조금 짧은 설소대로 인해 발음이 부정확한 것이 마치 외국인 또는 외국에서 온 것처럼 비춰줬다. 그리고 성향이 정반대이어서 늘 비교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나 동동이는 기질적으로 참을성도 없고 호기심이 많아서 유독 눈에 띄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2학년 되어서도 낙인처럼 동동이는 ‘문제 있는 아이’, ‘말썽꾸러기’였다. 4명의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했어도 동동이의 말보다는 어떠한 수식어도 붙지 않는 4명의 아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 후부터 동동이는 선생님, 학교, 교실, 친구들에 대한 아웃팅을 시작했다.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소리 내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왜? 내 말은 아무도 믿지를 않나요? 나는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는데 왜? 나한테는 아무도 사과하지 않나요?”


아이의 감정이 흐르는 눈물이 꽁꽁 얼어서 날카롭게 나를 향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공개수업이 열렸다. 그 전날 간단한 수술을 하고 서둘러 퇴원을 해 학교로 향했다. 설렘 반, 걱정 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몰려왔다. 각기 다른 두 아이, 그리고 다른 두 반, 나는 누구의 엄마로 가는 것일까? 아이들도 과연 오늘 엄마는 누구의 엄마로 학교에 왔을까?


두 교실을 왔다 갔다 하며 아이들에게 눈 맞춤을 해 도착했음을 알렸다. 그제야 아이들은 작은 숨을 내쉬며 선생님의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참석을 했다. 그도 그렇것이 외동이 대부분이라 아빠들도 이 순간을 놓치기 싫어서 인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공개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선생님? 질문 있어요?”

“선생님? 선생님? 제가 해볼게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돼요? 선생님”


한쪽 교실에서 연신 선생님을 불러대는 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역시 동동이였다. 선생님과 눈 맞춤을 하려고 조금씩 움직인 것이 10분이 지나 삐딱하게 앉아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행복하기만 했던 학부모들의 눈빛도 동동이의 질문세례에 삐딱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 아이도 발표를 했으면 좋겠고,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도 손을 들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 상황이 나에겐 묘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질문을 해도 한 번도 들어주지 않는 선생님, 동동이의 ‘선생님?’ 소리만 들어도 큰소리로 내 아이를 탓하는 아이들, 그런 순간들이 버거운지 화장실을 핑계로 교실 밖으로 나오는 내 아이.


교실 뒤 엄마들은 무어라 웅성거리는 것 같고, 마주치는 눈빛들이 모두 내 아이를 탓하는 것만 같았다. 한 시라도 이곳에 내 아이를 두기 싫어졌다. 상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생님, 아무래도 동동이 전학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왜 그런 결정을 하셨어요?”

“오늘 보니까 아이가 교실에서 행복하지가 않아요.”

“아이가 극복하질 못하면 어른들이 환경을 바꿔주는 것도 좋습니다.”


“동동아? 엄마가 다시 한번 물어 볼게, 전학 갈래?”
“응, 전학 갈래, 여기가 지긋지긋해”

“동동아? 정말 전학 갈 거야? 선생님 동동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선생님 보러 올게요.”


그렇게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제 행복해질 일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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