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ry Mom _분노 일기

12. 면담

by 조안


12. 면담


혼란스러움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 독이 된 것인지? 정말로 내 아이가 나도 모를 만큼의 문제가 있는 아이 인지, 나름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려 했는데 그것이 잘못된 육아 방법이었는지, 그저 모든 게 먼지처럼 휘날려 눈과 귀를 그리고 생각의 길을 가리기 시작했다.


“동동이 어머니 되시죠?”

“네, 어디신데요?”

“네, 안녕하세요 @@초등학교입니다. 동동이 전학 후 여러 일들이 있어서요. 교장선생님께서 면담을 원하십니다”


동동이 전학 후 고작 5일 학교를 다녔을 뿐이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께서 면담을 요청하다니, 이것 또한 정상적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살아오면서 전학을 경험한 적도 없고 전학에 대한 이야기조차 들어본 적이 없어 비교 삼을 잣대가 없었다.


“네, 월요일 점심시간 후 가능합니다. 그럼 그때 뵐게요”

주말을 꼬박 면담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나는 어떤 걸 준비해 가야 할지, 고작 5일의 등교 기간 동안 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 구할 수 없는 답에 애먼 두통약만 축내고 말았다.




월요일 긴장된 마음에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예상 질문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 냈다.


“동동이 어머니시죠? 이쪽으로 앉으세요. 오늘 교장선생님께서 갑작스레 외부 일정이 잡히셔서요. 제가 면담을 해도 될까요? 저는 교감입니다.”

“네네, 말씀하시죠”


알 수 없는 분주함에 내 눈치를 살피며 잰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셨다. 분명 내게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동동이는 학교생활이 어떻다고 하던가요?”

“글쎄요, 워낙 전 학교에서 상처가 많은 아이라서 아직은 학교 및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 대한 반감이 심합니다.”

“네네. 그렇더라고요. 자꾸 교실을 나와서 선생님들이 혼쭐 났습니다. 만약 학교 밖으로 나가 사고라도 난다면. 큰일이 잖아요. “

“네네. 죄송합니다. 그래도 노력 중이니 조금만 지켜봐 주세요.”

“그런데 동동이 어머니? 같은 반 학부형들은 만나 보셨나요?”

“아니요, 왜요?”

“같은 반 어머니들 항의가 많아서요. 동동이 때문에”

“네? 무슨 말씀이신지”

“동동이가 수업에 집중 안 하고 교실 밖으로 자꾸 나가려고 하고 자기 가림판을 두드려서 아이들이 힘든가 봅니다”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상담치료도 열심히 받고 있고 아이도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럼요. 그런데 어머니? 이 학교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요. 쉽게 설명드리면 육아 품앗이?

공동육아 개념으로 보셔도 좋을 거 같고요. 동동이 어머님이 먼저 같은 반 엄마들과 친해지셔야 합니다. “


솔직히 이러한 대화는 예상 질문지에 없었다. 아이를 위해 엄마들과 친해져라? 이건 또 무슨 엿같은 이야기 인지, 온 신경을 곤두세워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학생수도 적고 해서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가족같이 지냅니다. 생일이면 같이 생일파티도 하고 각자 집으로 초대도 하고 함께 놀러도 가고 한답니다. 저도 올해 부임해서 처음엔 이런 분위기에 적응이 어려웠는데 이제 조금 적응을 해 나가는 길입니다. 듣기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할 정도로 그분들과 친해지세요. “

“선생님, 저는 이해가 가질 않는데요. 여긴 공립학교 아닌가요? 그리고 저는 다른 학부모들의 연락처는 하나도 모릅니다. 학부모들의 관계를 학교 측에서 나서서 조율하시는 게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그럼요. 그래도 동동이를 생각해서 어머님이..”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정신이 혼미하다. 도대체 내가 들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현관을 나와서까지 알 수 없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참 적절한 표현이다. 이렇게 내가 겪을 줄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순간까지는 몰랐다.


“저기, 민이 엄마시죠? 저 동동이 엄마입니다.”

“아, 네..”
“지난번 일은 죄송했어요. 우리 동동이가 전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상처가 많은 아이라서요’

“네? “

나는 간략하게 동동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최대한 저 자세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전학 전에 이러한 사항들을 왜 우리들에게 알리지 않으셨나요? 학교도 그렇고 동동이 엄마도 그렇고 이건 우리를 무시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전학 전에 학부모들에게 전학생에 대해 인포메이션을 줘야 한다는 것은 그것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를 당하는 이 상황이..


“그런데 혹시 동동이 진단받았나요?””

“네? 무슨 진단이요?”

“아니 이렇게 전 학교나 우리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걸 보면 혹시나 해서요.”

순간 주먹으로 막말을 퍼부어 대는 입을 내 갈길뻔했다. 교감선생님과 면담 전이라면..

“아니요, 어떠한 진단도 받지 않았습니다.”

“지난 한 주 동동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받았을 정신적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동동이 엄마는 이걸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정신적 트라우마라뇨? 우리 동동이는 폭력을 행사한 적도 없고 욕설을 한적도 없고 다만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 것뿐인데요”

“지금 까지 우리 아이들은 평온하게 아무 문제없이 잘 지냈어요. 그런데 전학생이 오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고요함은 깨지고 아이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떤지 아시겠어요?”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말들이 한국말인지 의심스러웠다. 도무지 한마디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동동이가 5일 등교했고요. 민이랑 일이 있은 후 2일은 아주 잘 생활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상담, 놀이치료도 받고 있고요. 한 달만 지켜봐 주세요”

“그 한 달은 누구랑 정하신 거죠?”

“담임선생님이랑 교감선생님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이가 없네요. 그런 일을 왜 우리들에게는 양해를 구하시지 않으신 거죠? 그리고 혹여라도 동동이가 이 학교에 적응 잘해 다닌다 해도 소문내지 마세요. 치료받고 있다는 것도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마세요. 동동이를 케이스 삼아 문제 있는 아이들이 들어와 울타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요”


“네. “


여기가 사립학교도 아니고 대안학교도 아니고 그저 작은 전교생 60명 정도의 공립학교인데 내가 지금 듣고 겪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가 궁금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참고 또 참아 집으로 향했다.


그날 못 들어 먹을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인지 토하고 또 토해도 불쾌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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