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ry Mom _분노 일기

15. 선생님

by 조안


15. 선생님


쌍둥이들이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너무 힘들어 육아의 기억조차 지웠던 난데 멈춰 앞을 보니 9살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지? 기억이 좀처럼 떠오르질 않는다.


내 아이들이 처음으로 부모와 상의 없이 본인들의 의견 조율하여 ‘결정’이란 것을 했다.


“엄마? 동동이는 1반이고, 샛별이는 2반이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응, 우리가 이야기 나누기를 하고 서로 각자의 학교생활을 하기로 했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적어도 2학년까지는 한 반에서 지내길 바랬다. 그런데 배정된 학급은 서로 다른..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은 어떻게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학부모와 상의 없이 아이들만의 이야기를 듣고 반배정을 하셨는지.. 그때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동동이는 2학년 첫 등교 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하교를 했다.


“동동아? 2학년 친구들이랑 선생님은 어때?”

“음, 유치원 친구들이 많아”


이 한마디에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질 않았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유치원 친구들은 그것도 그 아이들이라면 내 아이가 위험하다.


이상하리 만큼 학기초 동동이는 아무 문제? 없이 생활을 잘했다.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의심을 할 정도로 조용했다. 커다란 태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였던 것을 모르고 잠시 마음을 놓고 말았다.


자잘한 친구들과의 갈등은 있었지만 커다란, 그러니까 걱정할? 아니 동동이가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 쉬고 뒤돌아 보니 내 아이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 분한 건 피해자인데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내 아이를 ‘가해자’인 듯 색안경을 끼고 보길 시작했다.


하루가 아니 한나절이 멀다 하고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어머니? 동동이가 수업에 들어가길 싫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니요,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그러네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


“어머니? 동동이가 덥다고 선풍기를 틀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여자 친구들은 춥다고 해서 제가 좀 난처하네요”


이것이 수업 중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할 상황인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머니, 그래서 제가 동동이를 데리고 휴대용 선풍기 충전기를 찾아 상담실에 갔다가 과학실에 가서 선풍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마침 제가 집에서 공부 책상을 가지고 온 게 있어서 제 옆에 앉혀서 선풍기도 틀어주고 태블릿으로 만화도 보여줬답니다.”


“그럼 다른 아이들은요?”

“잠시 자습을 시키려고 했는데 마침 교감선생님이 지나가셔서 잠시 봐달라고 했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담임 선생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자랑 하듯 이야기를 하신다. 여기에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했다.


“어머니? 동동이를 위해서 하루에 1번이나 2번은 수업에 안 들와도 된다고 했습니다. 교실에 앉아 있기 싫으면 보건실, 상담실, 도서실 등 동동이가 가고 싶은데 보내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왜 동동이를 점점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대하시나요? 선생님이 선의를 가지고 동동이를 배려하신 거라 생각하지만 다른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동동이를 더욱더 이상한 이이로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어머니, 그럼 제가 어떻게 할까요?”


담임 선생님은 더욱더 집요하게 동동이에게 이상 행동을 하셨다.

5월 어린이날 연휴를 앞에 두고 담임 선생님은 다시 내게 전화를 하셨다.


“동동이 어머니? 이번 연휴에 뭐하시나요? 별일 없으시면 동동이랑 어머니랑 밖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요”

“선생님, 연휴기간에는 쉬셔야죠. 동동이 생각해 주시는 건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럼 어머니, 제가 행정실에 동동이 이름으로 쇼핑백 하나 맡겨 놓을게요. 그냥 동동이를 아끼는 제 마음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행정실에는 동동이 이름이 써진 쇼핑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점토, 장난감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다.

담임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했다.


“엄마? 나 젤리 엄청 많이 받았다.”

“어디서?”

“선생님이 나만 특별 다면서 쉬는 시간에 불러서 몰래 주셨어”

“왜?”

“몰라”


아이는 이유 없는? 젤리를 먹으며 담임 선생님은 동동이를 정말 좋아하는 어른이라며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뒷골이 서늘해 지길 시작했다.


“어머니? 놀이 시간에 동동이가 악기를 귀에 대보려고 했는데 우식이가 툭 쳐서 동동이가 놀랐어요. 그래서 보건실에 바로 데려갔는데 아무 이상은 없고 동동이도 아프지 않다고 하네요. 혹시 우식이 어머니를 부를까요?”

“왜요?”

“그래도 동동이가 많이 놀랐으니….”

“선생님,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죠. 그리고 다친 것도 아닌데 굳이 우식이 어머니를 학교로 부르실 이유는 없을 듯싶습니다.”

“역시 동동이 어머니십니다.”


한동안 이렇게 담임 선생님과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되었다.


동동이의 전학이 결정되고 담임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더니 눈물을 그렁거리시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내 손을 움켜 잡으셨다. ‘그동안 내가 이 선생님을 오해한 것일까?’


전학 수속을 한 그날 담임 선생님께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동동이 어머니? 동동이 짐을 제가 다 싸서 행정실에 맡겨 놓았습니다.”
“선생님, 좀 서운한데요? 벌써 짐까지 직접 싸셔서 1층 행정실에 맡겨 주시기까지 하시니..”

“어머, 아닙니다. 어머니, 어머님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려고…”


선생님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시질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날 동동이는 친구들이 아닌 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가장 슬프다고 울먹였다. 선생님이 동동이를 따로 불러 학교 운동장에서 사진도 찍으시고 선물도 주셨다.


새 학교에서 적응이 쉽지 않았던 동동이는 예전 학교 선생님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다.. 전학 한 달쯤 지나서였을까? 샛별이를 데리러 갔다가 동동이도 함께 내려 예전 학교로 향했다.


“엄마? 나 @@@선생님한테 인사할래”

“그럴래? 그럼 여기서 엄마랑 같이 기다리자”

동동이는 까치발을 하며 선생님이 내려오시는 두 눈을 반짝이며 하교하는 친구들과 선새임 사이에서 선생님을 찾고 있었다.


“@@@선생님? 저 동동이예요, 여기요, 여기”


예전 담임 선생님은 동동이와 나를 보고선 잠시 눈인사만 하고 반 아이들 하교지도를 하셨다. 동동이가 선생님 앞에 서서 활짝 웃으며


“선생님, 저 동동인데요.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어요”

“네, 알겠습니다. 잘 지내세요”

눈도 마주치질 않고 이 한마디만 남기고 선생님은 뒤돌아 학교로 향하셨다.


“동동이만 선생님이 보고 싶었나 봐, 선생님은 아닌데…”


동동이는 내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떨구며 훌쩍였다. 그리고 샛별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처음으로 내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것이, 부끄러웠고 선생님은 반드시 존중하고 존경해야 하는 이야기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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