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키보드의 구분감, 압력 이야기
키감이라는 손가락 끝으로 접하는 감각적인 느낌은, 사람마다 촉감의 민감함에 따라 매우 달라질꺼라 생각합니다. 키압에 가장 영향이 큰 것은 손가락의 근육량, 스프링의 압력, 구분감 여부, 그리고 키캡의 크기와 중량순으로 볼수 있습니다.
키캡의 면적이 크고, 무거울수록 가볍게 눌릴수 있습니다.
= 엔터,스페이스바, 쉬프트등 사이즈가 크고 무거운 특수키들을 연상하시면됩니다.
스위치의 구분감의 여부로 손끝에 걸리는 키압도 존재합니다.
= 이 부분은 판스프링의 강도와 슬라이더의 모양으로 변화하는 압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래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것은 역시 코일스프링 입니다.
= 러버돔 키보드의 경우는 고무의 탄성의 영향을 받으며, 판스프링은 유연함과 단단함에 의해 압력이 결정 됩니다.
문제는 처음에 언급한 근육량과 촉감의 민감함이 사용자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악력이 높을수록 키압이 낮은 스위치는 아무런 느낌도 못받을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넌클릭의 구분감 조차도 못느끼고, 그냥 눌리기만 하는 키보드로 느껴진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체리 갈축 사용자라면, 넌클릭 백축으로 바꿔주면 느낌이 매우 달라집니다.
백축의 경우, 갈축보다 키압이 높으면서 구분감은 갈축보다 깊은편입니다.
실제로 갈축과 백축 슬라이더를 비교하더라도 판스프링과 닿는 부위가 깊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누를때만 구분감이 있고 올라올때는 약하게 느껴지는 갈축과는 다르게
백축은 스위치를 끝까지 누르고, 슬라이더가 올라오면서의 구분감도 크게 있습니다.
= 구형, 신형 그리고 제작년도에 따른 차이점은 제외하였습니다.
요약하면
백축은 누를때 내려가는 구분감이 크고, 원위치로 올라오는 구분감도 큽니다.
그렇다면, 백색 스위치에 키압이 낮은 갈색축 스프링을 이식하면 어떨까요?
손의 악력이 낮은분들은
"갈축과 비슷한 키압에 구분감이 더 크고, 손이 가볍다."
그래서 키감이 좋다는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반대로 악력이 높은 분들은
"키압은 가벼워졌지만, 왠지 구분감이 약해졌다."
라는 말을 합니다.
왜 구분감이 약해졌다는 이야기를 할까요?
단순히 스프링은 키압에만 영향이 있고, 구분감과는 그다지 차이가 없을꺼 같은데 말이죠!?
스프링의 압력차이는
구분감을 느끼는 속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스프링의 압력이 높을수록 덜 눌리고, 약할수록 잘 눌립니다.
압력이 높을수록 느리게 눌리고, 약할수록 빨리 눌립니다.
구분감이 약해졌다는것은 단순히 구분감을 느리게 느끼고, 빠르게 느껴진 차이 입니다.
때문에, 키압이 높은 순정스프링일때는 구분감을 천천히 느끼기 때문에 더 구분감을 느끼는것이고
키압이 낮은 스프링에서는 구분감을 빠르게 느끼기 때문에 구분감을 약하게 느끼는것입니다.
이것으로 악력이 낮고 촉감이 민감한 사용자 일수록, 가벼운 것만 찾기도 합니다.
압력이 높은 스위치는 손이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워서, 키감을 느낄 겨를도 없습니다.
글을 끝내기 전에 사담을 조금 추가합니다.
12년전에는 스프링 공제라던가, 적색축 스위치가 없던 시절이라
5만원 이하의 타입나우나, m10 등 저렴한 체리 청색축키보드를 구해서
청색축 스프링을 흑색축에 넣는 "변태흑축" 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흑축에 비해서, 매우 가볍게 리니어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이식개조가 유행했습니다.
그때, 남은 재료로 만든 흑축스프링+청축스위치 조합의 키보드가 장터에 돌아다니곤 했는데
의외로 좋다는분들이 계셔서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아마 키압에 의한 장점이 살아나서 그랬던건 아니였나, 그 시절을 추억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