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배열이란 존재하는 것인가?
키보드 취미를 하다 보면, 근본이라는 이야기를 간혹 접하곤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종이에 활자를 찍는 타자기가 근본에 조금 더 가깝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근본과는 거리가 있을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현대 키보드의 근간이 되는 배열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키보드의 배열은 왜 바뀌었을까요?
컴퓨터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연결 포트가 바뀌고, 추가로 사용하는 키가 늘어나면서 키보드를 사용하는 환경이 변하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말하는 이유는 조금 더 간단했습니다.
이왕 새로운 컴퓨터를 출시했으니, 새 키보드를 판매하기 위함입니다.
컴퓨터의 성능 변화는 처리 시간으로 알 수 있었지만, 눈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변화는 키보드가 조금 더 극적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표준 배열이 정립되기 이전까지는 운영체제 버전과 메이커에 따라서 키 위치나 형태가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1981년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가 IBM을 중심으로 정립되면서, PC에서 사용하는 키보드는 대부분 IBM-PC가 기본이 됩니다. 이전에는 개인이 사용하는 작은 컴퓨터를 마이크로 컴퓨터(Micro Computer)나 MyCom 등으로도 불렸지만, PC라는 단어가 정착하게 된 것은 IBM PC시리즈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사용하던 키보드는 그 유명한 버클링 키보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95 이후로 키보드에 윈도키를 넣으면서 생긴 것이 윈도우즈 호환 키보드입니다.
윈도키는 다양한 단축키를 지원하기 때문에 윈도 사용자라면 조금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101 생산환경에서는 작은 사이즈의 윈도키가 들어가는 경우가 흔했으며, 새로 출시하는 키보드는 현재의 104 타입을 새롭게 적용하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스페이스바 좌측에 [한자]키와 우측에 [한/영]키와 추가된 106키 중심으로 발전합니다.
과거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일반 키보드와 윈도95 호환 키보드로 먼저 나뉘었고, 기계식 키보드가 유행한 2000년대 이후로는 윈키와 윈키리스로 나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근본에 가까운가를 굳이 따진다면 윈키리스는 윈도우가 없던 시절의 키보드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가 있고, 윈키는 윈도95 호환키보드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가 있을 겁니다.
*IBM PC keyboard - https://en.wikipedia.org/wiki/IBM_PC_keyboard
*HHKB キーボードコレクション - https://www.pfu.ricoh.com/hhkeyboard/kb_collection/
현재의 키보드 배열은 기계식 키보드의 유행과 커스텀 키보드의 보급화로 인해서, 풀사이즈와 대비해서 크기를 퍼센트(%)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사이즈 별로 풀사이즈(100%), 텐키리스(80%), 컴팩트(75%), 미니사이즈(65~40%), 내추럴, 어고노믹, 1800, 터미널 배열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던 시대보다 간략해진 기분입니다. 게다가 키보드를 각 언어 배열과 키 개수로 구분하던 시기와는 많이 달라진 상황입니다. (예: 101타입, 102타입, 103타입, 104타입, 106타입, 109타입 등등)
물론 자유도 높은 기판으로 인해서 언어별로 ANSI와 ISO/JIS등의 선택이 많이 쉬워졌습니다.
어쩌면 조금 더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파생형이 파생형을 낳는 돌연변이 같은 느낌도 듭니다.
다만, 핫스왑 기판의 태생적 한계와 키캡 프로파일이나 각인 문제로 정해진 틀에서만 키보드 배열을 정립하는 상황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곤 합니다.
최근에는 60% 키보드와 해피해킹 배열을 혼동하거나 혼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해피해킹과 60% 키보드에 대한 글을 소개합니다.
: https://brunch.co.kr/@ruseupi/148
글쓴이는 "무슨 배열을 선호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모두 다 사용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목록을 보면, 텐키리스와 작은 배열 중심으로 수집하게 되는 경향이 큽니다.
: https://brunch.co.kr/@ruseupi/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