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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를 타자기 키감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

타자기와 기계식 키보드의 차이

by 루습히

키보드 글을 읽다 보면 가끔 "타자기 같은 타건감"이라며 홍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리가 나는 클릭 방식의 기계식 키보드를 추천하는 내용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구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타자기와 키보드를 비교하면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로 풀어보려 합니다.




| 입력 방식



기계식 키보드에는 각 키를 스위치(switch)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예를 든다면 전기로 불을 켜듯이 ON과 OFF로 인식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약 100여개 스위치가 모여서 문자를 입력하는 자판을 구성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반면 수동 타자기는 종이에 활자를 인쇄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손가락으로 누른다는 행위는 같아서 타자기와 키보드는 꽤 비슷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타자기의 운동성은 단순히 아래를 향하는 것이 아닌, 동시에 종이가 있는 정면을 향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타건감(打鍵感)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 타건감과 작동 원리


https://www.cherry.de/en-gb/product/mx-black-clear-top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는 체리 MX스위치가 원형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 스위치는 슬라이더로 구분감을 만들거나, 압축 코일스프링으로 압력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압축하면 반발하는 힘으로, 팽창된 스프링을 누르면 접히면서 수축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타자기는 어떨까요?



Noiseless typewriter mechanism - https://www.youtube.com/watch?v=Cn2Bwf1DS4E


타자기의 메커니즘은 키의 레버를 눌러서, 해머가 롤러를 때리는 듯한 복잡한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키보드보다 타격감이 강하고 누르는 깊이가 매우 깊습니다. 키보드는 깊게 누르면 바닥을 친다고 표현하지만, 타자기는 바닥이 아닌 정면의 둥글대를 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타자기만의 감각은 키보드에서 개별적으로 구현하기 어렵게 보입니다.


여기서 스프링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자기는 평상시에 수축된 인장 코일스프링이 복귀하는 힘으로 레버를 원위치로 돌려줍니다.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는 스프링을 누른다는 개념이지만, 타자기는 누를 때 스프링을 반대로 늘리는 듯한 압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혹시... 타자기와 운동성이 조금이라도 흡사한 키보드는 없을까요?




| 버클링 키보드


버클링 키보드의 메커니즘 - https://en.wikipedia.org/wiki/Buckling_spring


버클링 키보드는 과거 IBM-PC에서 사용되던 클릭 키보드입니다.

알프스는 판스프링, 체리는 슬라이더로 스위치 고유의 소리를 만들어 냈다면, 버클링 키보드는 스프링을 굴절시켜서 독특한 구분감과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굴절 스프링의 방향성은 기존에 타자기를 쓰던 사용자도 익숙하게 키보드를 사용하게 하려는 배려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버클링 방식은 IBM의 전동 타자기에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IBM Wheelwriter 시리즈)


버클링은 정확히 기계식은 아니지만 흑연판을 사용한 정전용량과 기판 대신에 멤브레인을 넣어서 제작되었습니다. 워낙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80년대 제작된 모델F나 모델M 키보드는 지금도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추가로 모델엠은 현재 유니콤프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https://www.pckeyboard.com)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델엠과 타자기풍 키보드 - https://brunch.co.kr/@ruseupi/107


과거의 타자기는 문서 작업을 PC와 워드프로세서에게 자리를 빼앗겼지만, 고유한 타건감은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타자기 같은 키보드에 대한 수요는 빈티지와 레트로 유행과 더불어 주기적으로 인기가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종이에 활자를 찍어서 출력하는 타자기만의 매력은 키보드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을 갖고 있습니다. 키보드는 이러한 타자기만의 매력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타자기가 희귀해진 현재에는 더욱 타자기 같은 키보드를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최근에 유행하는 레트로 키보드와 빈티지 키보드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실제 빈티지 제품과 레트로 제품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저는 기계식 키보드를 접한 이후에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20주년을 돌아보는 기념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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