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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에 브런치 글을 올렸다.

브런치 떠나보기 (1)

by 루습히

지난달까지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있는 단톡방 3~4곳에 참여하고 있었다.

발행한 글의 링크만 올리고 대화를 닫아버리는 적막함과 진지하게 읽어주고 구독과 피드백까지 해주는 고마움이 공존하는 곳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카카오톡에서 브런치를 검색하면 활동하는 단톡방이 보인다.


대화방은 매시간 본인 글을 홍보하는 링크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상업 작가를 꿈꾸는 아마추어 작가들은 조회수가 안 나온다며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 신청과 브런치 심사 중인 신입은 글쓰기 강사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외로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글이 소개되면 자신의 일처럼 축하해 주는 식으로 대화가 이어지곤 한다. 새벽에는 브런치와 관련한 불만사항이나 글 고민을 해결하는 것으로 아침 대화창이 300+가 되는 관경도 종종 보였다. 아무튼 브런치와 글쓰기에 힘든 점이 있다면, 단톡방에 방문해서 다른 글쓴이와 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이번 글은 브런치 단톡방 이야기는 아니지만, 단톡방에서 알게 된 일러스트 작가님과 대화 중에서 "디시인사이드에 글을 올려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작가님은 그림쟁이들이 많이 활동했다고 알려진 시기에 상당한 관심을 받았고, 그것을 기회로 데뷔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조회수와 관심을 한 번에 받은 만큼, 되돌아오는 반응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갤러리 문화에 많이 부정적이다.

과거에 즐겨보던 노트북인사이드가 사라진 원인이, 과거 디카사이트에 불과했던 디시인사이드가 원인이었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외국에서는 DC가 Detective Comics로 연결되지만, 한국에서는 디시인사이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유튜브, 네이버, 구글에 이어서 트래픽 4위라는 굵직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지금도 제로보드 게시판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본인 인증이 당연시 여겨지는 한국의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성을 유지한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사모펀드에 인수된 디시가 어떻게 변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디시에 무슨 글을 올릴까?라는 엉뚱한 고민을 했었다.

주로 키보드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었으니, 주제는 바로 정해졌다. 그래서 올릴 공간도 기키갤(기계식키보드 마이너 갤러리)로 결정된 상황이었다. 아쉬운 점은 내가 복사해서 직접 공유하려던 글을 다른 분이 먼저 링크로 공유해 버렸던 것이다. 내 글을 좋아해주고 소개해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또다시 새로운 글을 구상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일반 글로는 안된다. 갤에서도 좋다고 평가할 만한 그런 글이 필요했다.

만약 브런치가 사라진다면, 내 글이 어디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미리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작성한 글은 국내 키보드 커뮤니티의 계보와 역사를 담은 기념비적인 문서로 완성되었다.

물론 거짓말이다. 실제 글을 자평하자면, 약 25~30년이라는 시간을 요약해서 담아냈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포기한 부분이 많았다. 기계식 키보드와 키보드 취미, 커스텀 키보드에 대해서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브런치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들은 글을 쓰기 때문에 키보드 커뮤니티에도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나는 사실을 알고 있다. 브런치는...


퇴사, 창업, 음식, 외국, 경제, 법률, 의료, 연애, 결혼, 육아, 시댁, 이혼물을 유독 좋아한다!!

내가 즐겨 읽는 시와 소설, 칼럼이나 리뷰는 브런치 메인에 절대 소개되지 않았다.



https://brunch.co.kr/@ruseupi/194/stats


그렇게 디시용[...]으로 만들어진, 브런치 글의 첫날 유입량을 확인했다.

발행일은 2025년 10월 15일 수요일, 라이킷은 오늘까지 11개, 낮에 발행하면 검색 엔진에 크롤링이 되지 않아서 유입량은 전혀 없다. 카카오톡은 글을 발견한 구독자께서 따로 단톡방에 공유해 주신 것으로 추측되지만, 디시갤과 Google Keep은 소소한 수준이니 무시해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같은 글을 디시에 올리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mechanicalkeyboard&no=2436739


념글이었다.

주목을 받는 것에 1분도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제목을 바꾼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댓글이 남겨지는 것도 너무나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덩달아 원문이 있는 브런치 조회수도 조금이지만 올랐다.


역시 글이 읽히는 장소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기계식 키보드 갤러리가 아니라, 엉뚱한 갤이었다면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브런치에 독자는 없고 주목받길 원하는 작가들만 모여서, 소중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글에 자신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모두가 라이킷이나 찍어낸다는 느낌을 가끔씩 받곤 한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에서 [브런치 떠나보기]를 연재하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브런치에서 좋아하는 글에 누르는 라이킷에 대해서 고민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실험을 통해서 밝혀진 라이킷의 실체에 대해서 다루어봤습니다.


과거에 브런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글로 담아서 발행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브런치를 싫어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다양한 글이 대중에게 노출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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