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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왕고래 Oct 28. 2020

손주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시대

요즘 상무님이 시종일관 싱글벙글하시다. 얼마 전에 손주가 생겼다고 하신 이후부터는 시간만 나면 새로 받은 사진이나 영상들을 보여주신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늘 같은 장소에 같은 표정으로 누워있는 아기의 모습일 뿐인데 지금 상무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지셨다. 


그런데 태어난 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상무님은 아직 첫 손주를 만나신 적이 없다. 

아들 내외가 해외에 있거나 해서가 아니다. 

이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예정일보다 다소 빠르게 태어났고, 그래서인지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이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더 조심하시는 모양이다. 물론 언제든지 만나러 가실 순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무님은 자꾸 걸음을 채 옮기지 못하고 계셨다. 처음으로 생긴 손주가 행여 나로 인해 더 아프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시다가, 결국은 이렇게 사진과 영상으로만 갈음하게 된 것이다. 이따금 영상통화를 하시기도 했는데, 전화가 걸려오기라도 할 때면 부리나케 바깥으로 나가 마구 손을 흔드는 모습이 영 따뜻해 보였다. 설사 닿지 않더라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조그만 기계가 있은 덕분에 상무님은 안심했고, 행복해하셨다.


바야흐로 전염병과 공존하고 있는 시대다. 

이 와중에 만약 스마트폰이라도 없었더라면, 상무님은 얼마나 우울해하셨을까 싶었다. 


'언택트'라는 말과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처음 듣거나 생소한 단어들이 우리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확진자의 수는 우리를 한 동안 가둬두었다가, 이내 다시 일상을 찾을 것 같다는 희망을 주기도 하더니, 곧바로 다시 오름새를 보이는 등 여간 가늠하기가 어렵다.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기사에서 '포스트 코로나'보다 '위드(with) 코로나'라는 워딩을 사용했다. 제법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결말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 금번 변수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분명 이 사태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판단하고 대비하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요즘 나는 희망을 발견한다. 

이미 우리의 삶을 바꿔버린 코로나이지만, 사람들은 그럼에도 저마다 행복을 찾고 있다. 

각자의 장소에서 변해버린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본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매일 손주를 만나고 있는 상무님의 웃음에는 여전히 행복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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