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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왕고래 Jan 19. 2021

'직장인' 여러분! 절망하지 맙시다.

- '경제적 자유'라는 말의 함정



근래 동료들 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화두인 것이 있다. 

바로 '경제적 자유'다. 


단순 화젯거리가 아니라 '사회적 이슈'인 것 같다. 서점에 갔더니 베스트셀러는 대다수 주제가 '돈'이다. 회사원들 누구나 보는 유명 유튜버들의 콘텐츠,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 프로그램에서도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른다. 돈에서 해방된 삶을 이야기하며 당신도 어서 빨리 이 자유를 만끽하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유료 강의까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클래스조차 수십만 원씩이나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1:1 컨설팅을 받을 경우엔 수백만 원을 지불해야 한단다. 


'현혹자'들은 현재의 직장인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유혹한다. 1) 부업을 당장 시작하라는 이야기 2) 지금의 회사에 만족하지 말라는 이야기 3)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해 경제적 자유를 얻으라는 이야기 등 끝이 없다. 


장기적인 목표의 재테크나 주식을 공부하라던지, 자기 계발에 끝없이 투자하라는 말들은 당연히 나도 백번 동의한다. 다만 요즘 내가 생각하는 '악의 축'은 따로 있다. 


얼마 전 어느 사업가(강연가)들의 발언 내용을 보고 참 기분이 나빴다. '직장인'을 향해, 「마치 세상 물정도 모르고 평생 누군가의 노예로 살 것 같은 불쌍한 사람들」과 같은 식의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가 요즘 더러 보인다(실제로 이것보다 세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봤다). 


그뿐인가. 아주 '교묘하게' 비아냥대기도 일쑤다. 온라인 광고 영상이나 전단을 보면 기가 찬다. 


「평생 '직장'에서, '그 월급'만으로 살 건가요?」

「언제까지 남들처럼 매일 출근할 거야? 난 해외여행 다니면서 하루 1시간 일한다!」


워딩 자체가 직장인들의 삶 전반을 아주 영악스럽게 까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부단히 열심히 지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손쉽게 가치 평가한다. 가뜩이나 전 세계 사람들의 심신이 지쳐있는 이 와중에도, 이들의 현혹은 계속된다. 메말라가는 사람들에게 강풍을 틀고 흔들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현혹되면 답이 없다. '혹여 내 삶의 방향이 어딘가 잘못됐던 건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나아가 그간 열심히 밟아온 스스로의 발자취를 부정하는 경우도 봤다. 어떤 후배는 "지금까지의 잘못을 만회하려면 얼른 저자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그 후배는 이 시국에 퇴사를 감행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떠나고 '워라밸'을 쟁취하겠다는 것이다. 그 후배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를 하는 경우는 백번 지당한 결정이다. 또한 퇴사 후 성공사례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나 역시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무슨 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겠는가. 또한 본인의 지식을 나눠주는 참된 리더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Fake Guru(거짓 사기꾼)들을 각별히 조심하자는 이야기다. 그들의 달콤한 말속엔 리스크가 없다. 위험한 사실은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그 수천수만의 성공사례 중 상위 몇 건의 데이터가 전체인 양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당신도 할 수 있노라 유혹한다.


'부'와 관련한 유료 강의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상세페이지에 '수강생 적극 추천'이라고 하면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 몇 가지를 소개했다. 강의를 듣고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후기 몇 개(많아봐야 10개 내외일까)가 대표적으로 맨 위에 위치해있다. 근데 수천의 사례 중 고작 노출된 성공의 수는 100개도 채 안 된다. 나머지는 '강의가 좋았다'는 둥의 내용이다. 애석하게도 그건 '성공사례'라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강의의 후기'일뿐. 


이 말은 넉넉잡아봐야 성공률 10% 미만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나는 성공 후기도 100% 신뢰하지 않는다. 사업이란 것이 어떤 변수를 만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수익이 좋더라도 당장 내일부터 모종의 이유 때문에 망할 수 있다. 기타 부업이나 주식도 말할 것이 없다. 


하물며 스마트 스토어 건, 그 외에 다른 사업(혹은 부업)이건, 본인이 부수입을 얻고자 한다면 대략 개인사업자든 법인이든 사업체를 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매년 생겨나는 수많은 그 업체들 중 적자 없이 성공을 거둔 기업은 몇이나 될까?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단 1%다. 그렇다면 해외는 뭔가 다를까? 사업의 메카 미국은 어떨까?

MIT 조사 결과 미국 내 0.2% 신생 기업만이 투자원금을 회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직 '0.2%'다(코로나로 인한 2020 불황기가 아닌 2010년대 기준). 


본인이 궤도에 올랐다고 하여, 남들 역시 그 루트에서 똑같이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도전정신'과 '모험가적 사고'따위의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댄 저들의 현혹에는 이런 함정이 교묘하게 감춰져 있다. 나 역시 사업을 이끌어가는 입장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불편하다. 주변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업가 동료들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또한 결국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잘 따라가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현혹자'인 그들이 가장 큰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강의 결제를 유도하거나,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유료 콘텐츠에서만 알려준다고 하거나…. 기타 등등 끝이 없다.


사업 노하우를 풀어주는 것은 좋다.

경제적 자유를 쟁취해낸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도 찬성이다.

그것으로 돈을 벌 자유도 그들에게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직장인들을 '교묘하게' 까내릴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직장인의 삶이 마치 잘못된 것인 양 흔들어놓는 모습들에 나는 반기를 든다. 주식이나 비트코인, 부동산 기타 모든 것들을 메인 콘텐츠로 잡고 강의하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내 주변에서도 많은 또래들이 초조함을 호소한다. 뛰어오르는 집값과 비트코인 상승 열차에 미처 탑승하지 못해 불안하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여러 소식을 접할 때면 그들의 심리적 불안은 극에 달한다. 이런 때를 Fake Guru들은 놓치지 않는다. "여태 네가 잘못됐어", "넌 매우 늦었어"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머릿속에 심어주며 우리를 끌어내린다. 


"이제 나만 믿어", "너도 나처럼 될 수 있어" 따위의 말로 희망을 심어주는 것 같지만, 그것은 결국 '유료결제'를 위한 '속삭임'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고 나서는 "이걸 성공시키지 못한 이유는, 실천하지 않고 이해를 제대로 못한 당신 탓이다"라는 말로 책임까지 수강생들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많다. 


떳떳하지 못하고 무책임하다. 

돈을 벌려면 적어도 청취자의 마음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지는 말아야지.

 

보통의 직장인들 역시 나름의 방향 설정을 하며 잘해나가고 있다. 비록 최근 시대적 유행에 '돈'과 '퇴사', '부업' 등의 키워드가 가득 자리 잡고 있긴 하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대다수 직장인들은 본인의 삶에서 착실히 나름의 목표대로 전진하고 있다 생각한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부'에 관한 강의든, '부동산'이나 '비트코인'을 넘어 '드로잉', '파이썬 배우기', '작곡' 같은 개인 취미로 인한 강의든…. 우리는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고 타인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의 엄청난 발전으로 인해 지식의 공유가 쉬워진 것은 분명 엄청 반가운 일이다. 그걸 공유해주는 모든 이들 역시 위대하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다만, 그만큼 흔들리기도 쉬워진 세상인 것 같다. 내가 열심히 밟아나가고 있는 길을 멸시하거나, 부정까지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그들은 나도 모르는 새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를 끌어내린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흔들리지 않도록 꿋꿋이 뿌리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 '불안을 파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하여 오늘도 하루를 버티고 있는 모든 대다수의 직장인들, 절망하지 맙시다!

각자의 삶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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