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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선생 Nov 04. 2021

생각하면서 살기 위해 해봐야 할 생각에 관한 생각

팀 베인의 <생각> 리뷰


생각이란 무엇일까요? 머릿속에 떠오른 것인가요? 하지만 머릿속에는 다양한 게 떠오릅니다. 느낌이 떠오른다는 표현도 하잖아요. 그러면 생각과 느낌은 다른가요? 아니면 같은가요? 그 둘이 같다면 어떻게 같고,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이런 거 보면 생각엔 다양한 종류가 있을 것도 같은데요. 그런 만큼, 이 다양한 생각을 철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사회학적으로도 분석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분석의 결과들을 핵심만 뽑아서 간추린다면 아마도 청취자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책이 될 것입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팀 베인의 생각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꼽은 키워드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생각에 관해 정말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책 각 장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드리면서 ‘생각’에 관해 학자들이 벌이고 있는 논쟁에서 무엇이 쟁점이 되고 있는지를 짚어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3,7,8장은 대체로 철학적 논의를 다루고, 4은 생물학, 5,6은 사회학과 심리학을 주로 다룹니다.


1장은 생각이 지니는 특성에 관한 철학적 분석입니다. 철학에서 생각은 세계를 반영하는 명제들이나 문장들을 믿는 능력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합니다. 2장은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러니까 생각 속 명제와 외부세계가 어떻게 연관을 맺는지에 대한 철학적 이론을 소개합니다.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 이론은 계산주의인데, 외부 세계 구조를 반영한 기호의 구조를 운영하는 것이 생각의 본질이라는 주장입니다. 우리 수요독서에서 다룬 적이 있는 앨런 튜링의 ‘튜링 테스트’가 바로 이런 생각을 반영하죠.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분명한데, 바로 컴퓨터가 생각한다고 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중국어 방’ 논증입니다.


3장은 마음 이론, 즉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아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증거를 수집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낸다고 하는데, 그것을 정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그러면 대체 ‘내 생각’은 제대로 알 수 있긴 한 것인지,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4장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도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여러 실험들을 소개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의 일부는 공유하지만, 결정적 차이는 ‘명제’를 통해 과거나 미래에 자신을 투사하는 능력이라고 하네요. 5장은 문화권에 따른 생각의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얼마나 의미 있게 있는 것인지를 연구하는 여러 실험 결과를 보여줍니다. 6장은 잘못된 생각, 즉 착각이나 망상의 과정과 의미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생각에서 생각의 본질을 배울 수 있지만, 착각이나 망상을 통해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생각을 규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7장은 잘못된 생각을 품는 것의 도덕적 상태에 관한 질문입니다. 조금 바꿔 말하면, 과연 우리는 ‘모르는 것도 잘못이다’라거나 ‘틀린 믿음을 지니는 것은 도덕적 잘못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틀린 것을 믿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만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잘못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게 되기까지 과정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도구를 우리가 갖고 있는지, 사실은 그것조차 의문에 싸인 상태입니다. 도덕적으로 잘못이라고 쉽게 재단할 수 없다는 걸 말해주죠.


8장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대상에 관한 생각입니다. 말이 이상한데, 우리가 생각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죠. 이를테면, 하나님은 어떤 존재일까요? 이 물음에 가장 전통적인 대답은 ‘우리 생각으로는 떠올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으로 떠올릴 수 없는 존재에 어떻게 우리는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아리송합니다.


이처럼 ‘생각’은 굉장히 많은 연구 영역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는 주제입니다. 옛날 유럽의 철학자들은 이렇게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화롯불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고는 하는데, 우리도 따뜻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생각에 관한 생각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요?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앨런 튜링의 지능에 관하여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코너에서도 최근에 다룬 적이 있는, 인공지능 분야의 고전인 논문이죠. 인공지능,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인공지능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그것이지 않겠습니까? 그 분야에 한 획을 그은 그 책을, 다시 한번 들춰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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