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의 찬미
‘그가 수용소와 감옥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이젠 햇수를 셀 수조차 없다. 게다가 그는 그동안에 단 한 번도 특사의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10년의 형기가 끝나면 또다시 어느새 새로운 형기가 추가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슈호프(이반 데니소비치의 성)는 처음으로 그를 가깝게 마주 볼 기회를 가졌다. 수용소 내의 대부분의 죄수들이 고양이 등처럼 꾸부정하니 등을 구부리고 있는 데 반해서, 유독 이 노인만은 언제나 등을 쭉 펴고 있다..… 그는 끝이 닳아빠진 나무 수저로 건더기가 없는 국물을 단정히 떠서 마신다. 다른 죄수들처럼 얼굴을 국그릇에 처박으려 하지도 않고, 수저를 높이 쳐들이 입으로 날라간다. 이는 아래위 하나도 없다. 뼈처럼 굳어진 잇몸으로 그 굳은 빵을 씹고 있다. 그의 얼굴에서는 생기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은 폐인처럼 연약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산에서 캐낸 바위처럼 단단하고 거뭇거뭇했다. 쩍쩍 금이 간 그의 크고 검은손은 그가 걸어온 수십 년 동안의 감옥살이를 통해 사무나 경노동 같은 일에는 거의 혜택을 받아보지도 못했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굴할 줄을 모른다. 어떤 종류의 타협도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400그램의 빵만 하더라도 그렇다. 다른 죄수들처럼 국물에 더럽혀진 식탁에 대뜸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깨끗이 세탁한 천조각을 깔고서 그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떤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저러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아주 쉽게 제가 속단을 하던 때가 있었어요. 근데 제가 이 과정을 지나면서 살아남은 모든 존재가, 하루를 넘긴 모든 존재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 누군가는 지금 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게 “응?”하면서 의문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모습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무수히 어두운 밤을 많이 보내봤기 때문에 지금 이 삶이 너무너무 더 소중해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