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의사 이상욱’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친절한 동안 피부과 의사 선생님(40대라는데 30대 초반으로 보임)이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피부관리 팁을 대방출해 준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센세이셔널한 것은 바로 바셀린. 어렸을 때부터 어느 집에서나 하나씩은 두고 쓰고 있는 흔하디 흔한 로션이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여 건조한 발 뒤꿈치에나 조금씩 썼을 뿐 귀하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그 성분이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라는 걸 어디선가 들은 후 많이 쓰면 좋을 리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나에게 있어서 사용이 꺼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에나, 3000원밖에 안 하는 바셀린이 피부의 수분과 공급된 영양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보호막이 된다니.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 우리 집 오래된 바셀린이 갑자기 귀해 보인다.
이제부터 바셀린을 애용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울 집의 바셀린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찝찝하다. 얼굴에 바르는 바셀린이니 새로 사야겠다. 그래서 근처의 DM(독일의 화장품 전문 마트)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Balea라는 회사에서 나온 바셀린을 발견하고 구입했다. 용기가 달라서 못 알아볼 뻔했으나 기특한 남편이 발견했다. 가격은 1.25유로 정도.
둘째 아들의 코 아래 인중에는 약한 아토피증상이 좀 있고 증상이 오래되니 아무리 연고를 발라도 잘 낫지 않았다. 코를 푼다고 자주 코 아래를 문질렀던 탓도 있었다. 그런데 히루이틀 연고와바셀린을 함께 발랐더니 그리 오랫동안 지저분해 보여 신경이 쓰였던 코 밑이 말끔하다! 그리고 큰다고 그런지 늘 거칠해 보이던 큰 아들의 얼굴도 로션을 꼼꼼히 바른 후 바셀린을 발라주었더니 하루 만에 촉촉하고 맑아 보인다! 기분 탓인가..
단 바셀린만 쓰면 아무 소용이 없고 꼭 로션과 함께 발라주어야 한다고 한다. 바셀린은 영양이 피부에서 달아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뿐 그 자체로는 영양 공급을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욱 선생님 말로는 세안 후 비타민 C 로션, 비타민 B3로션, 보습 혹은 재생 크림(메이커나 가격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한다)을 순서대로 바른 후 바셀린으로 마무리해 주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한다.
결심했다. 앞으로 괜히 비싼 화장품에 돈 들이지 않기로. 그리고 바셀린으로 나의 젊음을 유지해 보기로. 1.25유로짜리 바셀린으로 나의 피부노화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