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5
오늘은 편안하게 글을 쓰는 것조차도 피곤하다. 피곤해.
인스타그램에 레트로 카메라 계정을 팔로우했더니 내 취향의 카메라와 작례가 마구마구 뜬다. 그래서 헛바람이 들어 레트로 디카를 아침부터 검색했다. 가격은 15에서 20만 원 정도. 뭐 사려면 살 수는 있겠지만 요즘 별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그러니 절대 혹하지 말자고 생각했지.
그런데 며칠 전 안과에 눈에 기름을 빼준다는 시술이 있다고 하여 가서 받았는데 실비 보험이 된다고 했다. 실비 보험이 있는 줄 알았다. 내 보험은 아직까지 엄마가 관리해주고 있어서. 엄마도 있다고 하셨다. 근데 없더라. 토스로 찾아봤는데 실손보험은 없었다. 아니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보험비 입금이 안돼서 사라졌다나? 암튼 그래서 나는 생돈 17만 원을 그냥 병원에 갖다 바쳤다. 안구 건조가 심하긴 했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었는데.... 보험을 믿었는데 믿을 보험이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보험 관리를 엄마가 해주는 철부지 아들에게 내리는 벌이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하루종일 봤던 레트로 디카 가격이랑 비슷하다. 그 치료 안 받고 디카를 샀어도 샀겠다. 뭐 하러 그랬어.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월요일의 나를 뜯어말리고 싶다. 물론 영화처럼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래. 그건 그냥 한 번 정도 사치 부렸다 그런 셈 치자. 그런데 오늘 또 인쇄 맡긴 게 고객에게 배송이 됐는데 이상하게 왔단다. 연락이 왔다. 이 고객과는 제발 그냥 무사히 넘어가길 바랐는데 왜 하필 이 고객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망할. 왜 가뜩이나 돈 날려서 기분 더러운 나에게 엎친데 덮친 격이 된 거야.
수습을 어찌어찌했지만 기분은 바닥을 기었다. 가뜩이나 요즘 우울한 쪽인데 사람을 아주 바닥으로 내리 끌고 가는구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야.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잘 살려고 이렇게 빼먹지 않고 글도 쓰고 인스타그램에 그 사이 릴스도 하나 만들어 올리고. 얼마나 아등바등하냐.
친구에게 하소연했더니 액땜이라고 해주더라. 그 말을 들으니 조금 낫다. 그래. 액땜했다 치자. 좋은 일 생기려고 그러나 보다 그러고 말자. 우울해하되 너무 우울해하지는 말고. 좋은 일을 기대하자.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