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에 들면 사도 되는데... 근데...

20250126

by 상작가

오늘 누나들이 집으로 놀러 왔다. 우리 집은 거의 주말마다 누나들이 놀러 온다. 조카들과 함께. 오늘은 작은 누나가 이제 4학년이 되는 큰 조카에게 가방을 선물하겠다고 아웃렛에 함께 갔다. 여기저기 매장을 돌아다니며 조카가 좋아하는 가방을 찾았다. 조카는 연한 파란색 가방이 가지고 싶다고 했다. 몇 군데 돌아보니 조카가 말한 가방이 있었다. 한 곳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그리고 또 한 곳은 필라. 먼저 간 곳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었는데, 가방이 생각보다 비쌌다. 15만 원 정도. 그리고 필라에 갔더니 가방이 원래는 10만 원인데 할인해서 4만 원 정도 했다. 가격 차이가 꽤 났다. 아무리 작은 누나가 사주는 거라지만 큰 누나도 15만 원짜리는 부담스러웠는지 필라 가방을 조카에게 권했다. 물론 조카가 마음에 드는 걸 사라고 얘기해 주긴 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가격 차이가 저렇게 많이 나니 필라 것을 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는 처음에는 내셔널 쪽이 더 마음에 든 듯한데 누나와 나의 적극적 권유(?)로 필라 가방을 사게 됐다.


그걸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짠했다. 예전에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아서. 어릴 적 부모님에게 무언가 사달라고 했는데 내 마음에 드는 것보다 가격을 생각해야 했다. 아무리 주변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고 해도 가격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예전엔 그게 참 속상하기도 했는데 이제 어른이 되고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누나의 경우에는 15만 원짜리 가방을 못 사줄 형편은 아니고 그냥 거의 비슷한 가방이 그 정도 가격차이가 나니 굳이 싶었던 거였다. 근데 예전 부모님의 경우는 정말 힘들었으니까. 가격을 정말 생각했어야 했던 시절이었으니까. 나는 그걸 갖지 못해 속상했겠지만 부모님 역시 그걸 사주지 못해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었다. 아이가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있는 걸 알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쪽을 고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말이다. 그거 되게 속상하구나. 모두가 다 속상한 일이구나. 싶었다.


다행히 조카는 마음씨가 좋아 그 가방 역시 마음에 들어 했다. 물론 진짜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철딱서니 없어 보이던 조카 역시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이해해주는구나 싶어 짠하면서도 고마웠다.


삼촌이 돈이 별로 없어서 뭘 사주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꼭 좋은 선물 사줄게. 그땐 꼭 마음에 드는 걸로 사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탄수화물이 너무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