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수거일이었다. 아파트 앞에 버려진 자개 장식장을 주워왔다. 봉황 두 마리가 양쪽 문에 마주 보고 양각되어 있는 멋진 디자인이다. 봉황은 길조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 좋은 가구를 버리다니. 이대로 두었다간 폐기물 업체에서 가져가 부서져 폐목재가 될 운명이다. 집에 둘 곳이 마땅치 않아 공간 대여로 운영 중인 ‘공간 녹슨금 청음서재’에 가져다 두기로 했다. 약간 까이고 벗겨졌지만 충분히 아름답고 여전히 쓸모가 있다. 공간 녹슨금에는 이미 서로 다른 주인들로부터 저마다의 이유로 쓸모를 다해 나에게 온 자개 가구 4점이 있다. 이번에 들어온 봉황 자개 장식장까지 하면 5점이다.
당근마켓 통해 구매해 온 자개 전신유리화장대
가구의 자세한 문양을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가구를 배치한 뒤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려함보다 차분함에 가깝다. 의외로 화이트톤의 인테리어에 잘 어울린다. 오랜 세월이 흘러 빛바랜 듯한 미세한 반짝임이 마음에 든다. 그렇기에 자개 가구는 더더욱 새 제품을 사고 싶지 않다. 그건 너무 번쩍일 것만 같다.
서울 콜렉터에서 중고로 구매해온 자개장
자개에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통영으로 여행을 갔을 때었다. 세병관 앞에는 ‘통영12공방 전통공예품 전시 판매장’이 있다. 판매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통영나전칠기는 17세기 조선시대부터 최고 품질로 인정을 받아 40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통영의 바다에서 나전의 재료인 전복이 많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통통영옻칠미술관, 통영전통공예관도 둘러보며 정교하게 자개를 박아 여러 번 옻칠을 하는 등 시간을 요하는 정성스러운 제작 과정에 놀랐다.
이렇게 제작자가 힘들여 만든 걸 기억한다면, 쉽게 버릴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는 공장에서 MDF 합판으로 뚝딱 만들어진 가구를 쉽게 사기 때문에 또 쉽게 버릴 수 있는 거 아닐까. 내 마음에 들고 실용적인 전통 고가구, 자개장을 엄선해서 인테리어 한다면, 길게 보면 자식에게 대대손손 물려줄 수도 있다. 물려주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 가구가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고자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 올려볼 수 있다. 만든 사람의 정성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점, 이 부분이 기성 가구와 전통 가구의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