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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Oct 06. 2023

사 먹기보다 해 먹습니다

두부부침과 버터넛스쿼시, 고수 한국음식인 듯 아닌 듯 아무렴 어때

타지생활 4개월 차, 런던에 도착한 첫 달에는 돈을 아끼겠다고 밀딜을 주로 사 먹었다.(Meal deal; 마트에서 메인+스낵+음료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세트 메뉴) 그러다 느낀 건 맛있는 걸 먹는 맛이 없으니 사는 맛이 안 난다는 거다. 누구에게나 안 중요하겠냐마는 특히나 우리 부부에게 '식(食)'이 참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알게 됐다. 외식비 지출을 절약해 체류비도 줄이면서, 같은 돈이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기로 다짐했다. 여기선 패스트푸드나 푸드트럭에서 간단하게 먹어도 1인당 1만 원을 훌쩍 넘어가버린다. 둘이면 2만 원, 조금 더 비싼 유기농 식재료를 구매하더라도 한 끼에 재료비 2만 원 안 넘으면 절약한 거다. 이런 무적의 논리로 가능하면 식재료도 유기농 재료를 이용하려고 한다. 아무렴 유기농이 땅에도 좋고 내 몸에도 좋다고 하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문제는 대형마트 최저가 제품의 2배가 넘는 가격이라는 건데, 그래서 스스로 지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다.


*구매한 식재료

Organic planet에서 영국 요크셔에서 생산한 organic original tofu(20% 할인해서 약 2파운드)와 Dovers farm white flour 1kg(2.49파운드)를 구매했다. 동양의 식재료인 두부를 그냥 수입해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영국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Clearspot Organic은 1980년부터 일본 요리법에 따라 두부를 손으로 만들어 왔다고 한다. Dovers farm은 1977년부터 유기농 재배된 곡물로 밀가루를 만들어온 회사다. 영국에서 최초로 유기농 인증을 받아 유기농 밀가루 시장에서 영국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늘의 요리

헬스장에서 한 시간가량 복싱을 하고 집에 오니 냉장고 떨이 겸 간단하게 먹을 게 뭘까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요리, <두부부침과 버터넛스쿼시, 고수>

요리 이름을 파인다이닝 마냥 길게 지으니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버터넛 스쿼시는 우리말로 '땅콩 호박'으로도 불린다. 단호박처럼 단 맛이 있지만 과하지 않고 굽거나 삶으면 포슬포슬한 감자 같은 식감이 된다. 버터넛스쿼시 카레를 해 먹고 남은 게 있어 얇게 편 썰어 식물성 오일에 구웠다. 소금을 살짝 쳐주고 파슬리를 뿌려주면 버터넛 스쿼시 볶음 완성! 고수도 카레 해 먹고 남아서 곁들였다. 고수 하나만으로도 동남아 느낌이 난다.

두부는 부드럽기보다는 쫀득한 스타일로 씹을수록 고소함이 올라왔다. 밀가루 얇게 묻혀서 계란물 입히고 지글지글 팬에 구워주었다. 우리나라 두부는 입자가 좀 성글어서 씹는 느낌이 별로 없는데, 이 두부는 굉장히 콩 입자가 빽빽하게 뭉쳐져 있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재료가 다르니 똑같은 조리법을 써도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두부무침에 간장소스 없으면 섭섭하니 간장식초, 고춧가루 섞어 찍어 먹었다.


*레시피(2인분)


두부 한 모

밀가루 1큰술, 계란 1알

버터넛스쿼시 1/4

고수 한 줌

파슬리가루, 소금

간장, 식초, 고춧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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