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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슨금 Nov 02. 2023

걸어서 라프로익, 아드벡, 라가불린

렌트 없이 대중교통으로 아일라 여행

라프로익 디스틸러리

아일라에서의 둘째 날, 라프로익 디스틸러리 투어를 오전 10시 30분 - 12시 타임을 예약했다. 우리는 렌트를 하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다녀야 했기 때문에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침 8시부터 길을 나섰다. 아일라는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도 아름다워서 이동하는 시간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자연을 만끽하며 도착한 라프로익 디스틸러리, 거대한 LAPROIC 브랜드 네임 앞에서 두 팔 벌리고 인증샷 한 컷 찍었다.

이곳에서 진행한 투어 시음의 차별점은 시음주를 일방적으로 정해놓지 않고 고객에게 코인을 제공한 뒤 원하는 시음주 3가지를 골라서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차량 운전을 해야 하거나 술을 한 자리에서 다 마시기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서는 동일한 용량을 바이알에 담아서 주기도 한다.

아일라는 대부분의 도로에 인도가 없어서 도보여행객에게 친절하진 않은 동네이다. 하지만 라프로익에서 라가불린, 아드벡까지 가는 길은 인도로 쭉 연결되어 있어서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 좋다. 풀 뜯고 있는 소들도 구경할 수 있고,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이 참 평화롭다.


아드벡 디스틸러리

라프로익에서 부지런히 50분을 걸어가면 아드벡에 도착한다. PLANET ARDBEG? 요즘 워낙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이슈다 보니 어느 기업이든 지속가능성이나 친환경적인 슬로건을 하나씩 내걸고 홍보하고 있는 듯하다. 보여주기식 슬로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기를.

이쪽 경로에서는 마땅히 음식점이 없어서 식사를 하려면 아드벡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한다. 수프와 버거 등 따듯한 음식을 점심으로 먹을 수 있었다. 식후주로 아드벡 위스키도 한 잔씩 했다. 매니저급의 직원분께서 동양 여행객이 와서 관심을 보이니 신기했는지 'on the house'로 비용을 받지 않고 한 샷씩 내어주셨다. 감사합니다...!


라가불린 디스틸러리

아드벡에서 라가불린까지는 도보로 25분 정도 걸린다. 시간이 많았으면 직원분과 천천히 얘기 나누며 시음해 봤을 텐데, 반드시 타야 하는 버스시간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아 1잔만 마셔보았다. 그 한 잔도 채 다 마시지 못해서 남은 위스키는 바이알에 포장해 왔다. 오후 4시경에 있는 버스가 막차라 그 버스를 놓치면 꼼짝없이 택시를 타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아일라의 대중교통 여행은 반드시 버스시간에 늦지 않도록 맞춰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이다. 나는 성격상 시간에 쫄리면 혹여 늦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되어 현재의 풍경이나 만남에 집중하지 못한다. 찬찬히 음미하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포트샬롯 호스텔

버스로 섬의 북쪽 방향으로 이동해 포트 샬롯 호스텔에 체크인했다. 운이 좋게도 하루 종일 날씨가 좋다가 버스를 타는 순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일라에는 숙박시설 자체가 별로 많지 않은 것에 비해 관광객의 수요가 훨씬 많아 숙박비가 과하게 비싼 편이다. 여행경비를 줄이기 위해 호스텔에서 머물기로 했다. 남성 객실과 여성 객실이 분리되어 있으며 공용 휴식공간과 부엌까지 갖춰져 있어 여러모로 편리했다. 호스텔이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누적된 방명록 여러 권을 펼쳐 보며 혹시 이곳에 한국 사람들이 다녀갔나 싶어 한국말을 찾아보았다. 반갑게도 한 두 분 눈에 띄어 우리도 다음에 올 한국분들께 전할 방명록을 남겨두었다. 탐조 - 새 관찰 - 에 관한 자료도 많고, 환경문제에 진심인 주인 분들의 방대한 스크랩북도 있었다. 실제로 재활용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이전 방문객들이 두고 간 식재료나 조미료 등을 버리지 않고 다음 투숙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아일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도록 보존하려면 최소한 이런 노력을 하는 건 기본이 아닐까...!


포트 샬롯 호텔 레스토랑

포트 샬롯 호스텔 바로 옆에는 '포트 샬롯 호텔'이 있다. 전날 미리 예약해 둔 저녁식사 시간 7시에 맞춰 방문했다. 아일라는 섬이어서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로 유명하다. 왼쪽 끝 메뉴는 넙치필렛과 게살 크로켓에 대파크림소스와 파슬리소스를 얹은 메인 메뉴다. 좌측 하단은 스타터로 랍스터와 스캄피, 게살을 발라 아보카도 퓌레를 얹었다. 가장 대박은 아일라의 자연산 생굴과 기네스 맥주의 조화였는데, 무슨 우유 마시듯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잊을 수 없다. 렌트를 했더라면 굴 수확을 하는 매장의 가게에 직접 방문하여 저렴하게 다양한 굴요리를 맛볼 수 있었을 텐데, 이럴 땐 참 뚜벅이인 게 아쉽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가니 투숙객들이 공용 공간에 모여 있었다. 거나하게 취한 스웨덴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자정까지 독일과 위스키 시음을 함께 했다. 호스텔에서 머물 때 가장 좋은 점은 낯선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거다. 이 맛에 좀 불편하더라도 호텔이 아니라 호스텔을 선택한다. 사생활 vs 인간관계, 택일해야 한다면 후자가 우리 부부에게 더 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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