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코칭 이야기-상사와의 관계>
연달아 처지가 유사한 사례를 만났다.
자세하게 들어가면 많이 다르지만, 본인이 노력했거나 성과를 낸 것에 비해 적절한 평가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열심히 일 잘한다고 오히려 일만 늘어나는 경우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부당하지만 말하기 어렵다는 내담자의 말에서 의미하는 것은 상당수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는데 상사에게 부당하다고 어떻게 말하느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의외의 다른 속내가 있음을 발견하고 순간 답답하기도 했지만 더 들어보니 그 사람이 가진 가치이자 힘이 아닐까 싶어 희망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부당하다는 말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사례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음에도 어떻게 이런 결정과 평가가 나올 수 있나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첫 번째 감정은 억울함이다. 이런 사례의 경우, 원래 매사에 성실하고 열심인 사람이 많다. 상대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잘하고, 남에게 안 좋은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맡은 일은 제대로 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런 성실함과 노력 뒤에는 '내가 한만큼 제대로 알아주세요!'라는 바람이 들어있다.
나보다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임에도 나보다 좋은 평가를 받거나 좋은 결과를 얻으면 '내가 이렇게 애쓴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억울함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나에게 그런 평가를 준 회사나 상사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분노가 되어 일어나기도 하고 반대로 속으로 끙끙 앓으며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또 다른 감정은, 배신감이다.
한 때는 잘 챙겨주던 상사였기에 너무 믿었나 싶다. 자신의 이익 앞에 철저히 나를 외면한다는 느낌이다. 겉으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다 겉치레로 느껴진다. 진심은 하나도 없는.. 그리고 '더 이상 회사에 너무 기대하지 말자. 그냥 주어진 일만 하자. 더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자'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인다. 회사는 회사일뿐 사적인 관계를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진리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감정은, 스스로가 별거 아닌 존재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수치심이다.
상대에게 이용당한 느낌,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인정받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내 모습이 바보스럽고, 기대했던 내 모습이 초라해진다.
근데 이런 다양한 감정과 그 감정을 일어나게 하는 좌절된 욕구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상황을 보기보다 자신의 이런 마음의 상태를 보며 내가 상황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사실 이 정도만 인지해도 상당한 공감을 받았다는 위로를 경험하고 마음이 추스러짐을 경험하곤 한다. 그러고 나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마음이 좀 추스러졌으니 그냥 상황을 피해버리려고 하나?싶은 생각도 들 수 있지만 내담자의 말을 믿고 좀더 그 마음에 머물다 보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있다.
상대의 평가와 상관없이 내 소신껏 열심히 한 일에 대해 함부로 평가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존재를 지키기 위한 저항이다. 나를 나 있는 그대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 하나의 좌절에 쉽게 무너지거나 쓰러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당한 것을 말할 용기 하나 없는 것이라거나, 돈줄 끊길까 봐 그런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아니라고만 할 수는 없다. 사실 그런 모습이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이다. 그러나 동시에 저 내면 깊은 곳에 인간의 존재 자체로의 자긍심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의 태도에 따라 소신 있게 살아가는 삶이 거부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억울함과 배신감과 수치심이 나를 괴롭히는 건 나의 가치가 상대에 의해 폄하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일 거다. 나의 가치를 지키고 싶기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존재 가치는 그의 행동으로 증명할 수는 있지만, 그 행동으로 가치를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부당하다고 말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불이익이 있을까봐 두려워서일 수 있지만, 어찌하든 본인에게 중요한 우선순위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 행동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 의해 쉽게 평가받는 현대의 삶이지만, 그 평가가 우리의 존재 가치마저 폄하할 수는 없고 그러하기에 나는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그 주도적인 결심이 나의 가치를 지키는 것임을 기억하자.
부당한 외적인 평가나 요구 속에서도 쉽게 분노하여 흔들리기보다 자신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아름답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