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다친 마음은 사람으로 치유하다

<상담사 자기 고백-마음 관리하기>

by 다정코치

"상담사로서 자질이 있어요? 없으면 그만둬요!"


어느 상담 시간에 내담자가 나에게 한 말이다.




1,000회기 가까이 상담을 하면서 이런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은 처음 만나보았다.

순간 불쾌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내담자를 위한 것일까를 고민하느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기분대로 말했다가는 오히려 공격이 되어 마음이 아파 온 사람에게 상처만 줄까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담자도 그렇게 말해놓고 겸언쩍은지 나를 무시해서인지 급하게 끊어버리더라.


나름대로 차분하게 대응은 했지만 후폭풍이 내 안에서 요동을 쳤다.

'내가 과연 바르게 응대한 것일까.. 상당히 불쾌한데.. 내가 화를 낸 것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한심한 상담사처럼 취급받는 건 너무 억울하고 불쾌한데.. 나의 대응이 적절했나??'라는 생각들과 함께 수치심과 억울함과 한심함이 내 안에서 마구 요동을 쳤다.


협회에서는 나의 차분한 대처에 감사해하며 상담사로서의 자질을 의심치 않는다고 격려해 주고, 남편은 괜히 이상한 사람 만나서 고생했다고, 어떤 말을 해도 그 사람은 만족하지 못했을 거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내 마음에 뭔가 해결되지 않은 답답함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밤에도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녀서 잠을 깊이 들 수 없었고 피곤함이 몸과 마음에 가득했다. 무엇일까.. 무엇이 이렇게까지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걸까..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말을 되뇌며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스스로에게 하며 내가 원하는 답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힘든 걸까 고민하는 시간이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내 마음을 시원케 해줄 답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3일 정도 지나니 불쾌했던 감정들도 조금은 희석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원했던 답은 "나의 대처가 그 사람에게는 최적이었어"라는 말이었다.


내가 상대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어떤 무시를 당했든지 상담사로서 내가 내담자에게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무시당하는 것보다 상담사로서 적절하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수치스럽고 힘든 부분임을 알게 된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대처가 최적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나 나름대로 내담자를 먼저 생각할 수 있었다는 것, 적어도 내가 바보가 되었을지언정 내담자를 바보로 만들지 않았으면 되었다. 나에게 쏟아부은 화 덕분에 본인이 시원하든 미안하든 공격받는 것보단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 이후는 이미 내 손을 떠났기에 부디 그 내담자가 본인을 위해 꼭 필요한 선택과 마음의 다짐을 했길 바랄 뿐이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보통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거나 꺼려질 수 있는데 다행히 그 정도의 상처를 입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나를 보며 나도 많이 바뀌었구나, 많이 단단해졌구나 싶어 기특하기도 했고 내가 이렇게 서도록 지지해 주고 함께 해준 사람들이 고맙다. 겉보기와 다르게 마음이 상당히 여린 것이 나의 모습이다 보니 나만 아는 내 안의 여림을 극복한다는 것은 나에게 큰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 만난 또 다른 내담자.. 상처 난 부위가 조금 아물었지만 아직은 알알함이 느껴지는 마음상태였기에 조금은 조심스럽고 더욱 차분해지는 상황에서 만난 다른 내담자와 대화는 상담사로서 가질 수 있는 보람과 성취감, 누군가에게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모두 느끼게 해 주며 이전의 모든 상처를 아물게 해 줌을 느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다시금 실감되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아파서 다시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는 그 마음도 너무 이해하지만 그렇게 외면하면 무뎌질 수는 있지만 더불어 사는 기쁨과 활력은 잃어버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안타까움이 너무 크다.




상대에게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상대에게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


상대의 부당함에 거부하지 못하지 연약함.

상대의 친절에 무한 의존하려는 의존감.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길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상대에게 요구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상대에게 친절함을 베풀 수 있는 넉넉함과 함께,

상대의 무례함에 대응할 줄 아는 건강함이 우리에게 있길 소망한다.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며,

관계의 건강한 기준을 배워가고 건강한 소통을 배워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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