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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초 Mar 25. 2023

조부모 도움 없이 맞벌이하기(1)

나는 생계형 워킹맘입니다 22

2023년이 밝았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원래 하시던 일을 다시 하게 됐다.


원래 우리 엄마, 우리 아이의 외할머니는 사위의 복직과 함께 잠시 일을 쉬시면서 월급 개념의 수고비를 받고 아이의 등하원을 도와 주기로 하셨다. 그렇게 1년간 근처 사는 친정엄마가 주 2~3일간 우리 집과 어린이집으로 '출퇴근'하시며 우리 부부의 직장생활을 가장 든든히 지원해 주셨다.


하지만 평생 일군 자산을 이런저런 사건사고로 모두 날린 우리 엄마는 언제까지 일을 쉬실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원래 하시던 일의 월급만큼 매달 생활비를 지원해 드리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게다가 우리 엄마 역시 뜻한 바가 있어서 일정 기간 이상 일을 해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더 이상 손주 육아를 핑계로 발목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첫 1년은 내가 육아휴직을 했고, 두번째 해는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고, 세번째 해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아이가 네살이 됐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양가 도움 없는 맞벌이'라는 새로운 퀘스트에 도전하게 됐다.


사진 출처: pexels


낮 시간은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저녁 시간까지는 연장반을 이용할 수도 있다 치자.

문제는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어린이집 당직 선생님조차 출근하기 이전인 이른 시간.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이라, 가장 먼저 출근하시는 선생님이 8시에 오신다. 물론 미리 말씀을 드리면 7시 반부터는 맡길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서울 한복판까지 대중교통으로 아무리 빨리 가야 1시간 반이 걸리는, 경기도에서도 상당한 외곽이다. 출근시간 교통체증까지 감안하면 늦어도 7시 20분에는 출근길에 올라야 한다. 당연히 이 시간에는 어린이집 문이 굳게 닫혀 있을 시간이다. 다 떠나서 적어도 8시 반은 되어야 제대로 잠을 깨서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있을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 내복을 입고 잠든 상태의 아이를 들처메고 어린이집 문앞에 갖다놓으면서까지 출근을 하고 싶진 않았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아이가 아파서 등원을 하지 못할 때였다. 부부 연차를 돌아가며 쓴다 해도 만약 전염성 질환이라도 걸려 입원이라도 하면 1~2주는 그냥 날아가버리는 터였다. 이미 앞서 지난해 파라바이러스라는 것에 걸려 입원으로 장장 2주간 등원을 하지 못한 적이 있는 아이였다. 그때는 나의 재택근무와 남편의 가족돌봄휴가와 친정엄마의 방문으로 어떻게 넘겼지만, 도움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전혀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래도 부부 외 스페어 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정말 다행히도 남편의 직장에서 제휴맺은 업체를 통해 베이비시터를 구하게 되면 이용요금 중 월 일정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 우리는 바로 그 업체에 전화를 했다. 쌩뚱맞게도 그 업체는 산후도우미를 파견하는 업체였다. 업체는 일단 선례는 없지만 최대한 인력풀 내에서 구해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하고 이틀이 지나고..일주일이 지나도 업체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친정엄마의 출근일은 점점 가까워오고 있었다. 나는 남편을 재촉했고 업체에 전화를 해 보니 시간대가 너무 이르고 애매해서 도무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답이 왔다.


하긴, 남편은 교대근무를 하고 있기에 주 5일 근무가 아니어서 도우미를 구한다면 주 2~3회만 출근을 하는 특이한 스케줄이었다. 그나마 요일도 일정치 않아서 매월 우리가 스케줄표를 공유해주면 그에 따라 출근을 해야 했다. 나같아도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받고 그런 애매한 시간에 일을 선뜻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 같았다. 몇 주를 기다리니 업체에서 드디어 한 분을 매칭했으니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지원자 분과 문자로 연락까지 주고 받았는데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죄송합니다. 면접보기로 하신 분이 못하겠다고 하시네요."


업체의 지원금을 포기하고 정부 지원 '아이돌봄서비스'를 알아봤다. 홈페이지에 가입 후 따로 정회원 등록을 한 뒤 대기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며칠 뒤 담당 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정회원 등록은 해줄 건데, 지금 대기가 너무 길어서 무려 3개월이나 기다려야 순번이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3개월 뒤에도 매칭이 될 지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당장 다음달부터 일할 분이 필요한데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흘러만 갔다. 결국 친정엄마가 먼저 출근을 하셨고, 우리는 용감하게도 어린이집에만 의존한 채 도우미 없는 맞벌이 생활을 하게 됐다. 다행히 남편이 교대근무여서 주 2~3일은 직접 등하원이 가능했고,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내가 그 외에는 등원을 시켰다. 남편이 오지 않는 날 하원은? 연장반 등록을 해 뒀지만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은 이미 연장반 정원이 다 찬 상태였다. 심지어 아이의 같은반 친구들은 모두 엄마들이 정시 하원을 했다. 어린이집에선 호의로 미리 말만 해 주면 연장반 시간까지 봐주겠다 했지만, 밤늦게까지 혼자 엄마를 기다릴 아이가 걱정되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내가 초고속으로 일을 끝낸 후 헐레벌떡 달려가서 아이를 하원시킨 뒤... 집에서 영상을 보게 한 뒤 노트북을 켜고 일을 했다. 어느 날은 일을 덜 마친 채 하원을 해서 집에 오는데,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을 차마 뿌리치기 어려워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를 놀아준 적도 있었다. 그나마 이조차 내가 재택근무가 가능한 날에나 이게 가능했지, 출근해서 늦게 들어오는 날은 남편이 연차와 돌봄휴가 등을 탈탈 털 수밖에 없었다. 한달만에 연차를 몇 개를 쓴 건지, 남편은 일단 이번달까지는 직장에 양해를 구해 놨으니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 역시 작년부터 친정 찬스와 남편 찬스를 그리 썼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차려 보니 올해 연차를 이미 4일이나 당겨쓴 상태라 연초부터 연차를 내기가 빠듯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연차가 남아돌았는데....나참.


베이비시터 업체에 다시 연락을 했더니 아무리 해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며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구인을 한 뒤 업체에 등록을 시키면 지원금도 받을 수 있고 우리도 근처 사는 분으로 구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고보니 주변 이야기를 들어봐도 대부분 등하원도우미나 시터는 업체를 통하기보다는 지역 카페나 앱 등으로 구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구인공고'라는 것을 써 보게 됐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면접관의 역할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됐다.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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