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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초 Jan 25. 2024

다이나믹 코리아

육아를 한 지 만 4년, 햇수로는 5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대세가 너무 휙휙 바뀌어서 적응이 잘 안 된다.

솔직히 이 정도면 그냥 동시대라고 생각했는데, 다이나믹 코리아에선 3년도 강산이 뒤바뀌는 긴 세월이었나보다.


우리 아이가 이유식을 먹던 2020년에는 첫 이유식 시작 시기는 생후 150일(약 만 5개월쯤), 쌀미음부터 시작해서 초기는 일절 건더기 없이 묽은 미음 형태로 시작해 약간의 건더기가 있는 죽 형태로 서서히 넘어갔었다. 육아서에도 소아과에서도 다 그렇게 알려줬다. 아이가 도중에 캑캑거리거나 힘들어하면 아랫 단계로 돌아가서 더 묽은 형태부터 준비가 될 때까지 먹이라고 했던 것 같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중기이유식을 하는 7개월쯤에도 초반에는 건더기를 어려워해서 한동안 미음을 먹이다가 죽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복숭아, 견과류, 계란 등 알러지성 음식들은 돌 이후에 조금씩 시도하라고 했다. 돌이 지나도 알러지 반응이 있다면 즉시 중단하고 24개월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내 경우 계란은 후기 때 아주 조금 시도했다가 약간의 알러지가 보여서 중단하고, 돌 이후에 먹였더니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계속 먹이고 있다.


그런데 2020년쯤 새로운 이유식 지침이 생겼다고 한다(나는 몰랐다). 그래서인지 요즘 태어나는 아기들은 토핑 이유식이라고 처음부터 건더기가 있는 이유식을 먹고(개인적으로 몇년 사이 목구멍 구조가 바뀐 건 아닐텐데 신기하다. 우리 아이 같으면 다 뱉어내고 난리였을텐데...), 초기 때부터 알러지에 적응을 시켜야 해서 계란이나 땅콩버터 등을 소량씩 먹인다고 한다. 아이가 세돌 무렵 모 커뮤니티 육아게시판에 어떤 아이가 8개월인데 땅콩버터를 조금씩 먹다가 갑자기 분수토를 하고 온몸에 심한 두드러기가 나는데 중단해야 할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나는 알러지 같은데 얼른 중단하고 병원도 데려가라고 댓글을 남겼다가 그야말로 호되게 두들겨맞았다. 알러지 무섭다고 그렇게 아무것도 안 먹이면 나중에 어른 돼서 더 고생한다고, 요즘은 그 정도 알러지 반응에는 그냥 먹이는 게 맞다며 바뀐 이유식 정책 논문 좀 찾아보고 공부 좀 하라고 여러 사람들이 그야말로 크게 혼냈다. 아무리 그래도 분수토는 병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라고 댓글을 더 달려다가 아이가 세돌이라 이유식 끊은 지 오래 돼서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남기고 다시 덧글을 달지 않았다. 하여튼 다이나믹 코리아다.


그 밖에도 수면교육과 분리수면이 일반화된 점 등도 체감하는 차이다. 물론 우리 아이가 아기일 때도 수면교육 책은 있었는데 일단 우리 아이는 적용이 안 됐을 뿐더러... 뭔가 애착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더 우세하던 때라 그냥 끼고 잤던 것 같다. 조만간 이사가면 수면독립 시도해 볼 예정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문득 직장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요즘 아기들은 대부분 아기방에서 따로 잔다는 사실을 알고 꽤나 놀랐던 적이 있다. 그게 잘못됐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고 그렇게 훈련이 된다는게 신기해서... 우리 집 어린이는 아직도 옆에 엄마아빠가 있는지 가끔씩 불시에 깨서 확인하시는데...


나도 아직 초보 엄마일 뿐인데 벌써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다니 나보다 훨씬 더 더 선배 어머님들이 보시기엔 가소로울지 모르나 내 입장에선 좀 놀라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실감하는 부분은 정말 저출산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가 태어난 2020년 1월의 전국 출생아수는 2만6000명대였다고 한다. 이조차도 심각한 저출산이라 단군이래 처음으로 인구가 자연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해는 8개월 연속으로 월간 출생아수가 2만명을 넘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어제의 저점이 오늘의 고점'이라는 말이 있는데 진짜 딱 그 말에 들어맞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2020년대 들어서 우리 아이가 태어난 달이 그나마 가장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달이었다니...웃픈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 아기가 태어날 무렵만 해도(고작 4년 전),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는지 얼른 둘째 낳으라든지 딸도 있으면 좋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을 왕왕 들었다. 심지어 '외동 카페' 가입해서 열심히 글 보던 기억도 난다. 결혼하면 일단 둘은 낳는 게 보통인데 외동을 고집하는 엄마들의 커뮤니티라고 한다. 외동 커뮤니티에는 다들 둘째 낳으라고, 다른 엄마들은 다 둘째 낳는데 외동인 우리집 이상한 취급한다 이런 글들도 꽤 올라왔다. 지금은? 커뮤니티라는 걸 일절 안 한 지 꽤 돼서 모르겠지만 일단 오프라인 기준으로 '둘째도 낳아야지' 같은 소리 하면 외계인 보듯 하는 분위기다.(애초에 결혼, 출산 등에 타인이 입을 대는 것 자체가 완전히 실례라는 인식이 많이 보편화된 것 같다. 개인적으론 저출산과 별개로 너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하나만 낳아도 완전 애국자 소리 듣는 게 어렵지 않다(수도권 맞벌이 기준이긴 하다). 일단 30대 후반인 내 또래 여성 지인들이 최근 우르르 결혼하고 있는데 아직 2세 계획은 고민중이다. 바로 낳는다고 해도 둘째는 언감생심 계획하기 어렵다. 비혼과 딩크는 보통, 애 하나는 오 대단하네. 애 둘은 헐...돈 많나봐.. 이런 게 내 주변 보편 정서인 것 같다(주관적 느낌입니다).


아무튼 정말 급변하는 한국이다. 이렇기 때문에 언젠가 갑자기 트렌드가 또 확 바뀌어서 갑자기 다산이 트렌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 중심 잡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육아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데 한국 같은 사회에서 일관성 갖기는 참 쉽지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나랑 쫌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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