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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관하여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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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Oct 12. 2024

상에 대하여

제18화

최근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의 책 중 <채식주의자>를 감명 깊게 읽었던 지라 그 소식을 듣고는 꽤나 놀랐었다 (책이 어렵긴 어렵더라... 그 책을 읽으며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했던게 문뜩 기억이 났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까 궁금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서점에서 한강 작가님의 책은 계속 매진 행렬이더라..).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이 문학상일지 누가 알았겠는가?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나라이지만 이번 노벨상을 통해서 한국의 문학 역시 참 뛰어나구나 생각도 들고 역대 노벨 문학 수상자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시는 한강 작가님 역시 참 멋있다고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상'에 대하여 글을 써보고 싶어져 오늘 글을 쓰게 되었다.


살면서 모두가 상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참 많은 상을 받아왔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만 살아왔던지라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상, 선행상, 봉사상, 인성상까지 거의 항상 받아왔던거 같다. 중학교 2학년때는 전교 부회장을 했던 지라 학교 학생 임원들만 받을 수 있는 상도 받았었다. 심지어 졸업에서는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대표하여 국회의원 상도 받았었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상까지 받게 되었다. 여기까지 읽으면 대단하다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또 자랑 아니냐고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 역시 있을 것이다. 그치만 진짜 말하고 싶은 건 내 자랑 따위가 아니다.

그렇게 상이란 상을 다 받아오며 살았던지라 상 받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고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자만이 아니다, 자만은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걸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지만 난 상을 받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몰랐기에 그저 감사함과 소중함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니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전교 10등 안에서 나와본 적이 없고 몇 번 1등도 해봤던 아이는, 상이란 상은 다 받아오던 아이는, 모든 선생님이 이뻐하고 좋아하던 아이는 마치 꿈이었던 것 마냥 사라졌다.

달콤했던 꿈?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악몽 같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래도 저때는 저렇게 멋진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된 거지? 다른 애들은 잘만 적응해서 잘되고 있는데 나는? 실패한 건가? 나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나 자신이 너무 싫었고 혐오스러웠다. 그렇게 과거의 왕관은 벽돌이 되어 내 머리와 어깨를 짓눌렀고 그랗게 난 무기력하게 우울이라는 늪 속에서 짓눌려져 발목 잡히게 되었다.

그맘때쯤 상이 싫어졌다. 어쩌면 상을 받았던 내가 싫어진 거 같기도 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기대이다. 받아온 만큼 상을 또 받을 거라는.. (단순히 상장만이 상이 아니다. 관심과 응원과 동경과 자부심 따위도 상이다.) 어느 날 동생이 상을 받았었나? 성적이 잘 나왔었나? 부모님께서 동생을 엄청 칭찬해 주신 적이 있었다. 내가 그만큼 했을 땐.. 저거보다 잘했을 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나에 대한 애정이 동생보다 덜하신 건 당연히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나를 그냥 온전한 나 자체로 사랑하신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저 나는 그런 것들을 당연하단 듯이 계속해왔기에 부모님도 그 부분에 관하여는 조금 무뎌지신 것이다. 나 같아도 그랬을 것이고 실제로 나도 그랬으니 탓하진 않는다.) 그냥 그런 모습을 보니 슬퍼지고 또 슬퍼졌다. 그리고 차 안에서 부모님께 "왜 멋대로 기대해 놓고 실망해? 누가 기대해 달래?"라고 말해버렸다. 그날 밤 부모님 몰래 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상은 왕관이 될 수도 벽돌이 될 수도 있다.

전에 내가 말했던 빈첸이라는 가수가 해피투게더에 나가서 유재석에게 바친 헌정곡 <유재석>이란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그대가 받은 박수, 그대가 받은 찬사.  그대 어깨 위에는 벽돌 혹은 금괴 둘 중 하나가 그대를 짓누르고 있겠죠? 그대도 가끔 시선이라는 게 조금 무섭겠죠'

상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상과 부담감은 절친한 친구이니 말이다. 훌륭한 노래를 내어 성공한 가수는 다음 곡에 대하여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갖는다, 훌륭한 성적을 걷은 스포츠 스타는 다음 경기 결과에 부담감을 갖는다, 천만영화의 감독은 차기작을 고뇌하고 유명한 과학자들은 다음 연구의 성과에 집착한다. 이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상을 받은 직후 행복감? 그 이후의 부담감? 누구의 존재가 더 커보이는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난 상을 받은 이들의 뒷모습을 보게 되는 거 같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부담감. 나는 왜인지 조금이라도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아서 그들의 부담감을 알아주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흑백요리사가 열풍이다.

그곳에 참가한 여러 스타 셰프들.. 특히 에드워드 리(이균) 셰프가 참 멋있더라. 너무나 큰 상을 받았고 부담감 역시 엄청나셨을 텐데 자신의 요리를 뽐내시고 결국 '이균'이라는 너무나 값진 상을 한국인들 앞에서 당당히 뽐내셨으니.. 그 상만큼은 왜인지 부담감 없이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아 조금 부럽기도 하고 너무 멋있기도 하다.


다들 상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지.. 그 뒤에 어떤 기분이었는지 댓글로 알려주셨으면 한다.



내 글이 어둡다고 하는 사람들이 몇 분 계신다.

어쩌겠는가? 그게 나의 색깔이다. 난 그 색을 숨기려 하지 않을 것이고 다듬어 나갈 것이다. 어두운 색도 불쾌하게 어두운 색이 있고 세련되고 멋있게 어두운 색이 있지 않는가? 지금의 색은 어떨지 몰라도 점차 멋있고 세련된 색으로 만들고 강조해 색이 뚜렷한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성공할 작가의 초기 작품을 함께 보시고 있는 여러분들께 축하의 박수를 드리고 싶다. (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 상당히 오글거리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용기를 내어 재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웃으며 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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