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하기위해, 외출 전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옷을 입기위해, 이발을 하기위해.. 이같은 이유로 나 역시 거울을 너무나 많이 쳐다보았지만 아직도 거울은 내게는 조금 낯선 존재이다.
거울 앞에 서면, 그 속에 비친 나는 언제나 조금 낯설게만 느껴진다.. 익숙한 얼굴인데도, 어느 순간 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진다. 이유는 모르겠다. 거울 속에 갇혀있는 것만 같아서인가.. 결국 그 속의 아이는 자유가 없고 내가 행동하는 대로만 움직여야하니 그것이 내게 동정과 연민을 선물하는 것인거 같기도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또 다른 생각이 질문이 되어 꼬리를 깨문다. 거울 속의 나는 나일까? 단순히 빛이 만들어낸 허상일까.. 고민하다보면 어느 순간 거울 속에 보이는 형체는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거울은 그런 고민을 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끊임없이 나를 비추고 있다.
때론 거울은 어쩌면 나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가 외면하고 싶은 것들을 조용히 속삭이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눈물,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지친 마음, 그 모든 걸 거울은 알고 있는 듯 내게 말해준다.
거울 앞에 서게되면 거울 속 모습만이 다른 이들에게 보여지는 것임을 깨닫고 나만이 아는 그런 내면적인 것들이 다시금 떠오르게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참 잔인하기도 한 것 같다.
위의 말과 같은 맥락으로 거울은 내게 가장 정직한 친구가 되기도하며 가장 가혹하고 잔인한 관찰자가 되기도한다.
그 속에 보이는 나는 내가 가장 보고싶어하는 나의 모습이며
그 속에 갇힌 나는 내가 가장 외면하고싶어하는 나의 모습이니 말이다.
위와 같은 이유가 있음에도 내가 거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거울은 관찰자이자 기록자이기 때문이다.
점차 자라나며 생기는 주름과 상처들, 무언가에 반짝이는 눈빛을 보여주니 그것들을 보게되면 성장과 발전을 느낄 수 있으며 항상 나를 기다려주는.. 내가 다시금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기에 그렇기에 거울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정신없는 삶 속에서 꿈을 품고 키보드를 두들기다보니 어느새 20화까지 오게 되었네요. 그동안 꾸준히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