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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Sep 24. 2021

가을 무지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노랗게 물든 나뭇잎 사이로

가을이 미소 짓는다


무슨 색으로

그려 놓은 것일까?


물감을 묻혀 

한 번에 그려 넣은

계절의 미소


노랗고 빨간 미소가

목석같은 내 얼굴에

같은 마음을 그린다


한 참을 보고 있자니

목덜미가 아려 온다


푹신한 가을 침대

낙엽 위에 드러누워

찬찬히 두 눈에 담는다


저절로 미소를 만드는

가을 하늘 무지개






청명한 하늘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무지개는 언제나 반갑지만 가을에 만나는 무지개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높고 푸르른 하늘, 무지개 사이로 살며시 얼굴을 내미는 노랗고 빨간 나뭇잎들,

가을은 자연이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계절입니다.


어떠신가요?

당신의 가을은 행복하십니까?

자연은 언제나 시절에 맞는 아름다움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지만

우리네 삶은 자연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못합니다.


하루 일과에 두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끼는 날이면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한 채 땅바닥에 눌어붙은 내 그림자만 바라보고 집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런 날이 하루 이틀 늘어 가다 보면 세상은 나와 다른 세계를 달리는 것처럼 보이고

무너져 내리는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둡게 만듭니다.


아직은 불혹의 나이, 좀 더 인생의 연륜이 쌓여야 더 잘 알겠지만

살다 보니, 좋은 소식들보다 안 좋은 소식들을 더 많이 들으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지점은 분명 이전보다 나은

이전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이 되어 있습니다.


나 혼자의 노력도 아니고 누가 거저 가져다준 삶도 아니기에

모두에게 감사하며 스스로 대견하다고 쓰다듬어 주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 모두 가을의 침대에 누워 보아요.

이번 가을은 즐기는 겁니다.

한 해 동안 힘들고 무거웠던 감정들 모두 내려놓고

온몸에 힘을 빼고 드러누워 가을 하늘이 주는 위로를 마셔봅시다.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도 좋습니다.

가을바람이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잘하고 있다고,

그리고 잘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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