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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Sep 15. 2021

서약





그날은

수줍게 움켜쥔 손 끝으로 

환희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사랑의 서약

떨리는 숨결


세월이 흐르면

아득히 멀어지는

약속의 조각들


지금도 가끔

손을 잡지만

잔잔한 여운으로

세월을 살아왔지


추억으로 찾아본

그날의 사진

달라진 서로의 모습에

수줍은 미소를 띄운다


잊었냐는 새침한

당신의 투정에


세월이 기억을 가져가도

굳게 잡은 마음

놓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서약한다







몇 년 전,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 촬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래된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날의 사진을 훑어보았습니다.

예쁜 신랑, 신부의 모습에 미소가 번집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도 결혼식 날 서약 같은 걸 한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에 남질 않습니다.

뭐 대충 평생 사랑하겠다 그런 남사스러운 대사였겠지요.

설마 나만 기억 못 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날의 서약,

하루하루 따져 보면 지키며 살지 않은 것 같은데

살아온 전체를 두고 보니 나름 지켜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아 죽던 시절도 전쟁 같은 시간도 있었지만

편하게 숨김없이 모든 걸 열어두고 사는 지금이

가장 뜨거운 시절일 수 있겠구나 싶어 지네요.


풋풋했던 그날의 모습은 남김없이 사라졌지만

이젠 젊음이 아닌 한 사람을 사랑하기에

사랑이 두렵지 않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다고 서로를 응원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래서 오늘, 바로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다고 서약합니다.


2021년 어느 가을날,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



P.S. 내일은 나도 몰라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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