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서 만난 사람들

단편 소설

by 류완




준호는 몇 주 전부터 주말마다 차박 캠핑을 하고 있다.

하루만 자고 올 거라 옷가지는 따로 챙기지 않았다.

간단한 식사와 간식거리만 차에 실었다.


"잊은 것 없는지 한 번 살펴보고..... 다 실은 것 같으니 이제 출발!!!"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낸 시간을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날려버리겠다는 각오다.

목적지는 강원도와 충청도 사이 어디쯤의 오지다.

가능한 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심산이다.

두 시간 조금 넘게 걸려 도착한 곳은 지난주 하루 묶었던 곳 보다 5분 정도 더 들어간 언덕이다.

차를 대고 언덕 위를 둘러보니 경치가 끝내주는 것이 명당자리를 찾은 기분이 든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볼까 하다가 멧돼지나 고라니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니

이 정도가 낫겠다 싶어 짐을 내렸다.


캠핑용 삽으로 풀 숲을 고르고 자갈을 치워냈다.

제법 넓게 머물 자리가 만들어졌다.

땀을 식힐 겸 차로 돌아와 조수석에 앉았다.

의자를 살짝 눕히고 작은 병에 담아 온 독한 술을 마셨다.

노곤해지는 기분이 들자 잠시 눈을 붙였다.

해가 지기 전에 땔감을 모아야 하는데 오늘은 마지막 캠핑이니 좀 더 게으름을 부려보기로 했다.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떠보니 해는 이미 서쪽 산 자락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궁금함에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옆에서 어린아이가 나를 부른다.


"아저씨, 아저씨도 여기서 자는 거예요?"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나타난 아이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일주일 전에도 만났던 가족의 아이임을 알고 마음이 놓였다.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 너희 가족은?"

"엄마 아빠는 저 아래쪽에 있어요. 아빠가 저를 찾고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요."

"그래 재밌게 지내라."


언덕 아래로 내려가던 아이는 갑자기 멈춰 서서 급한 마음으로 나를 부른다.


"아저씨! 아저씨!"

"왜 그러는데?"

"여기서 언덕 하나만 넘어가면 시골집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거기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정말 무서워요.

저를 보고는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쫓아내는 바람에 도망쳐 나왔어요.

거기는 가지 마세요. 위험하니까요."

"응, 그래. 고맙다. 얼른 가"




준호는 언덕을 빠르게 뛰어 내려가는 아이를 끝까지 살펴본 후 차로 돌아왔다.

기온이 떨어져 장작을 피워볼까 하는데 주변에 마른 가지가 많지 않아

산을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아이가 해 준 말이 마음에 걸린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혹시 몰라 랜턴으로 길을 밝히고 산길을 따라 올라가 봤다.

정말 사람이 산다면 장작이라도 얻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좁은 산 길을 돌아 조금 더 들어가니 정말 오래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굴뚝에 연기가 올라오는 걸 보니 사람이 사는 것이 분명했다.


준호는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이 불러보았다.


"계십니까? 여기 누구 안 사세요?"


창문 너머로 그림자가 보이자 조금 더 크게 불러보았다.


"도움 좀 받고 싶어서요. 누구 안 계세요?"


낡은 현관문이 열리더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문을 반쯤 연 채로 맞이한다.

노인은 준호를 위아래로 살피더니 무슨 일이냐고 퉁명스럽게 물어본다.


"장작이 조금 필요해서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캠핑을 하고 있거든요."

"여기가 캠핑할만한 곳이 아닌데, 다른 곳으로 가슈. 위험한 곳이니."

"그런가요? 뭐 새벽 일찍 떠날 거예요. 잠은 차 안에서 자면 되니까 괜찮겠죠?"

"아니 여긴 글쎄 위험한 곳이라니까 그러네."

"올라오는 길에 조용하니 아무도 없었는 걸요?"

"그래서 그래. 여긴 사람이 전혀 없어."


준호의 간곡한 사정에 노인은 머뭇거리더니 잠시 기다려보라고 했다.

준호는 조심히 따라 들어가 부엌을 살펴보았다.

꾀나 오래돼 보이는 부뚜막이 인상 깊었다.

한쪽 벽으로 가지런히 쌓아 올린 굵은 나무 장작이 눈에 들어왔다.

노인이 작은 손도끼로 장작을 여러 번 가볍게 내리치자

두툼한 나무 한 통은 불 붙이기 좋게 얇은 장작 여러 개로 조각이 났다.

그리고 옆구리에 끼면 딱 좋을 만한 양을 새끼줄로 묶어 준호에게 보여 주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어?"

"네, 충분해요. 지난주에는 장작도 없이 차에서 밤을 새웠거든요."

"지난주에도 여기에 왔었나?"

"네 여기 산 밑 5분 거리에서 차박을 했었어요."

"그래? 자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고?"

"네. 그냥 편하게 잘 자고, 새벽에 집으로 갔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혹시...... 젊은 부부, 혹은 가족을 보진 않았나?"

"젊은 부부요? 글쎄요. 좀 전에 어린아이를 보긴 했는데......"



노인은 갑자기 도끼를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준호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자네가 여기에 온 이유는 뭐지?"


분명 경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피로도 풀 겸 주말을 맞아 캠핑이나 하려고 왔어요. 아니 왜 그러셔요?"

"그냥 가게, 자네에게 줄 장작은 없어. 지금 당장 산을 내려가. 안 그러면 큰일이 날 거야. 그리고 다신 여기에 오지 말어!"


두 손을 휘저으며 쫓아내는 통에 준호는 정신없이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리고 정적에 휩싸였다.


돌아오는 내내 준호는 불쾌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차로 돌아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수선한 감정에 잠이 오지 않았다.

황급히 짐을 정리하고 머물렀던 흔적을 지웠다.

시동을 걸었다.

고요한 산속에 올려 퍼지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초 저녁에 보았던 아이의 가족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다.

왠지 모를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준호는 애써 그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도로를 찾아 달렸다.

속도를 내어 음침하고 습한 그곳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다음 날 아침, 노인은 굳게 걸어 잠근 문을 열고 나와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아침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침 뉴스를 들으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간 밤에 일어난 여러 사건 사고가 들려왔다.

그중 노 부부의 눈을 의심케 하는 뉴스에 식사를 멈추고 귀를 세워 들었다.


"40대 부부 일가족이 보름째 실종 상태입니다. 이 가족은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실종 신고를 받은 이후 아직까지 연락이 끊긴 상태입니다. 경찰은 자택에서 일가족의 혈흔이 발견된 점을 확인하고 피살되어 옮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때 본 가족이 맞는 것 같죠?"


남편이 대답이 없자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이어갔다.


"경찰에 연락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라고 말해? 저 가족이 밤마다 이 산속에 나타난다고?"

"그러게요. 믿어줄 것 같지도 않고. 어휴, 어째. 이게 무슨 일이야."


뉴스가 끝나자마자 식사를 마친 노인은 갑자기 일어나 낫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 올 때까지 문 걸어 잠그고 있어."


아내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산을 내려와 청년이 머물고 간 흔적을 찾아 나섰다.

타이어 자국이 진하게 새겨진 곳에서 음식을 섭취한 흔적을 찾았다.

땅을 고른 흔적이 있어 다가가 살펴보았다.

어지러이 파헤친 땅 한 편에 무언가 덮어 놓은 듯 봉긋하게 올라 온 흙더미를 발견했다.

'여기에 뭔가 묻은 것 같은데......'


노인은 낫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얗고 작은 무언가가 파헤쳐진 흙 사이로 삐져나왔다.

어린아이의 작은 손이었다.

노인은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 차 한 대가 언덕의 좁은 길을 따라 올라왔다.

멈춰 선 차에서 어젯밤 찾아왔던 청년이 천천히 내렸다.

청년의 손에는 두툼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노인은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 눈치였다.

다가오는 청년을 피하고 싶지만 두 다리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자신보다 홀로 남겨질 아내가 걱정될 뿐이다.






약간의 반전을 집어넣은 호러 소설을 만들어 봤습니다.

한 여름이면 조금 어울렸을까요? 대단한 반전은 아니지만 나름 긴장감을 담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릴 적 가위에 자주 눌리고 헛 것을 보거나 이상한 기운을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무서웠는데 그 경험 때문인지 무서운 이야기를 곧 잘하곤 했습니다.

가위에 눌려 귀신을 본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공포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사람입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리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느리게 걷는 사람을 보면 두려움이 생깁니다.

무섭게 생긴 사람 보다도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이 소설에는 귀신같은 존재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공포를 이끄는 인물은 노인과 준호, 살아있는 두 사람입니다.


사람이 주는 공포의 가장 큰 요소를 꼽으라면 저는 단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어진 관계에서 오는 무지, 혹은 오해가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기도 하지요.

노인 부부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청년은 왜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요?

단편이기에 모든 것을 담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궁금증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입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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