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법

단편소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by 류완


숲 속 오두막에 마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녀는 오두막 근처 장미 숲에 버려진 여자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데려와 키웠습니다.

아이는 장미 숲에서 발견했다는 의미를 담아 로즈라고 이름지었습니다.


로즈는 마녀를 위해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하면서 자랐습니다.

마녀는 쉬운 마법 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로즈의 착한 성품에 애정을 느낀 마녀는 자신의 딸처럼 사랑으로 키웠습니다.

로즈도 마녀를 어머니처럼 따랐고 두 사람은 숲속에서 외롭지 않게 살았습니다.


마녀가 살고 있는 숲 속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나 숲 속에 마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은 주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간혹 마녀의 힘이 필요할 때면 사람들이 찾아와

생필품이나 음식을 주면서 약물이나 주문이 적힌 종이를 받아 갔습니다.

마녀와 로즈는 그렇게 삶을 이어나갔습니다.


마녀가 점점 늙어가는 동안 로즈는 멋진 숙녀로 성장했습니다.

아름답게 변한 로즈를 보고 마녀는 이제 이곳을 떠나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었던 로즈는

어머니처럼 모신 늙은 마녀의 곁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자신도 마녀의 삶을 살고 싶다면서 진짜 어머니처럼 모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루는 젊고 멋진 남성이 숲 속 오두막을 찾아왔습니다.

어머니의 병이 낫지를 않자 마녀에게 부탁해보려고 찾아왔습니다.

마녀는 젊은이가 가져온 어머니의 손수건을 만져보고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마법은 통하지 않을거라 말했습니다.

젊은이는 좌절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로즈는 그의 손을 잡고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녀의 따뜻한 위로에 젊은이는 힘을 얻고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젊은이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그 소식을 전하려고 마녀의 집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마침 마녀는 집을 비웠고 로즈와 단 둘이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남성은 로즈에게 호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지난 번 제 손을 잡아 주었을 때 이미 마음을 빼았겼습니다.

이 곳을 떠나 저와 함께 살 수는 없을까요? 진심으로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로즈는 난생 처음 받아본 고백에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너무 기뻐요. 하지만 저 혼자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면 상의하고 말씀드릴께요."


남성은 열흘 후 다시 올 테니 그 때는 함께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랑의 증표로 자신의 가슴에 붙은 단추를 떼어내 로즈의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손 등에 부드럽게 키스를 남기고 숲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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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에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마녀에게 그녀는 낮에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마녀는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되는 눈치였습니다.


"얘야, 너가 이 곳을 떠나 더 이상 마녀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나도 좋겠다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도 잔인하단다. 지금은 행복하지만

그 행복이 너를 집어 삼키면 이보다 잔인한 비극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도 없을거야."


로즈는 마녀의 충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어머니도 허락하셨기에 이제 열흘만 기다리면

자신의 삶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게 되리라 기대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열흘이 지났습니다.

남성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열흘이 더 흘렀습니다.

여전히 남성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로즈는 애타는 마음을 넘어 가슴이 찢어지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열흘 후, 마녀의 집으로 나이 든 노파가 자신의 고통을 줄여 줄 약을 얻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로즈는 약을 지어주면서 노파에게 사랑을 약속한 남성을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럼 알고 있다마다. 그 젊은이는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

우연히 지나가던 성주의 딸과 눈이 맞아 곧 결혼하게 되었는 걸?"


로즈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방에 틀어박혀 3일 동안 큰 소리로 흐느꼈습니다.

방을 나온 로즈는 마녀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고민하던 마녀는 남성의 몸에 지녔던 물건을 갖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로즈는 그가 손에 쥐어 주었던 단추를 꺼내 보였습니다.


"이 단추에 마법의 주문을 걸고 태우면 단추의 주인은 너를 평생 잊을 수 없게 된단다."

"그렇다면 주문을 걸어 주세요."

"그러나 이 주문의 단점이 하나 있어."

"그게 뭔데요?"

"이 주문은 너에게서 멀어질수록 너를 기억하게 만드는 주문이야.

반대로 네 곁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너를 잊을 수 있게 되지."

"상관 없어요. 그가 나를 평생 잊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너의 선택이 너를 더욱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마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단추에 주문을 걸고는 불을 붙여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습니다.


한 편 마을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던 남성은 갑자기 로즈의 생각이 떠나지 않아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그의 마음은 온통 로즈로 가득 찼습니다.

그녀를 잊어 보고자 멀리 떠나려 할 수록 더욱 깊이 그녀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로즈가 있는 숲으로 찾아왔습니다.

숲 속 오두막 마녀의 집 앞에서 그녀를 불렀습니다.

로즈는 자신을 찾아온 그를 맞이하기 위해 아름답게 차려 입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남성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 곳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그제서야 로즈는 어머니가 말한 마법의 약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이 남성과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성에게 이렇게 말을 남기고 숲 속 오두막을 떠났습니다.


"여기에서 늙은 마녀를 도우며 살고 있으면 언젠가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 몰라요."


로즈는 오두막에서 멀리 멀리 떠났습니다.

남성은 그녀를 너무나 그리워하면서 오두막에 남았습니다.

언젠가는 그녀가 찾아 올 거란 믿음으로 늙은 마녀를 돌보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었나요?

돌아보면 저는 배신감을 준 적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사랑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철없던 시절의 경험입니다.

그렇게 몇 번 사랑에 실패 하다보면 사람이 어려워질 때가 있지요.

내 잘못이든, 내 잘못이 아니든 관계는 부득이하게 상처를 남깁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는 더 깊이 남습니다.

그래서 사랑에 진심일수록 마음에 공간, 혹은 여백을 두고 바라보라고도 합니다.

그래야 상처를 받는 순간 잠시 빈 공간에 담아 두고 터뜨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화처럼 글을 썼습니다.

문장을 짧게 끊어 쓰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여느 동화처럼 주인공은 모두 행복하지 않습니다.

사랑에 아파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로즈는 최고의 복수를 한 셈입니다.

하지만 로즈가 그로 인해 행복하리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성이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크기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안고 살아갑니다.

떨치지 못하는 상처로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안고 살아가는 수 밖에요.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아갑니다.

아픔은 또 다른 사랑을 통해 치유하면서 말이죠.

어쩌면 사랑은 정말로 마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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