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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Nov 09. 2021

핫도그





까칠한 피부

부드러운 속 살

한 입 깨물고 나면

수줍게 보이는

길쭉한 고기 한 덩이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도

꼭 찾으면 어디 간지 없더라


반가운 마음 들어

냉큼 달려가

두 개 달라고

조르듯 주문했다


한 번 더

바삭하게 튀겨 주더니

소스는 취향껏

발라 먹으라네


소소한 행복

듬뿍 바르고

당신과 함께 걷는 길

든든한 마음에

미소가 쏟아지는 순간


손으로 흘러내린

붉은 소스를 보고는

괜한 심술을 부린다


"꼭 그렇게 피를 봐야 쓰것냐?"






어릴 땐 자주 보던 길거리 음식인데

어느덧, 평범한 동네에서는 마주치기 어려운 음식이 되었습니다.


네, 핫도그요.

바삭한 튀김옷에 따끈한 소시지, 그리고 듬뿍 바른 케첩까지

어울리지 않은 맛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래된 사진 하나 발견하고 한참을 보고 있는데

입에 침이 고이는 걸 보면 식욕은 기억을 따라 흐르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수많은 분식들 중에서

유독 핫도그는 한 입 얻어먹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떡볶이, 튀김, 순대 같은 경우는 한 개만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핫도그는 한쪽으로 흐르는 케첩이 입에 묻기 때문에 

한 입만 얻어먹자고 조르기에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해 먹기도 어렵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만나기도 어려워진 음식입니다.

요즘엔 프랜차이즈도 생기고 더 다양한 종류의 핫도그가 생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따끈한 소시지를 품고 있는 바삭한 빵에 발라진 케첩 한 줄기가

내 영혼을 자극하는 소울 푸드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사진을 뒤적이다가 배고픔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 한 수 지어 보았습니다.

독자님들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설마 캐비어나 바닷가재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요?

소울 푸드라 함은 그리움이 베이스로 깔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리움을 함께 할 오래 된 사람이 있다면 

음식이 사랑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요.


날씨가 추워집니다.

맛있는 음식 드시고 몸 든든히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오늘도 사랑을 나누고픈 마음으로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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