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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Dec 15. 2021

석양 (夕陽)



밤도 낮도 아닌

불안한 시간

우울한 마음이

가슴에 스민다   

       

저무는 하루

짙어지는 외로움

서늘한 등 뒤로

늘어진 그림자      

    

낮게 깔린 태양이

시선과 높이를 맞추는 순간       

   

붉은 하늘이 아름다워

눈부심을 뚫고

태양의 미소를

가슴에 담는다

        

너는 내게 말한다

어둠이 내려도

서러워하지 말라고

 

너는 내일의 나를 위해

새벽을 향해 달리며

찬란히 빛나고 있을 거라고






해가 지기 전,

태양을 마주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서쪽 하늘에 시선과 눈높이가 맞으면 붉게 물든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눈부신 줄도 모른 채 한 참 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봅니다.


태양은 아주 잠깐 파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사라집니다.

어둠이 깔린 하늘 아래 잠시 고요한 적막이 흐르면 

이내 하루가 끝났음을 알아채고는 조바심에 이끌려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윽고 불안이 나를 사로잡는 시간, 밤이 찾아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를 되뇌며

새로운 하루를 부담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립니다.

그러나 항상 바쁘게 재촉하는 하루는 어제의 그리움을 기억하지 못한 채 흘러갑니다.

아쉬움은 반복됩니다.

하루가 그러하니 한 해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하루가 아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12월은 매일이 저무는 하루 같습니다.

그래서 해가 진 뒤에도 반짝이는 거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위로를 받고 싶어 거닐어 보지만 거리의 찬란한 불 빛도 아쉬운 마음을 온전히 채우지 못합니다.


오늘 본 석양은 왠지 모르게 더욱 서글픕니다.

다시 볼 수 없는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듭니다.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면 석양은 온통 붉은빛으로 마음에 가닿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시간, 나는 석양의 고요한 외침에 귀를 기울입니다.


석양이 내게 말합니다.

찬란한 햇 살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은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냐고,

한낮에 바라본 너는 아름다웠고 용감했으며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고,

그리고 지나간 시간은 그냥 놓아주라 합니다.

새벽이 오면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합니다.


들리세요? 태양의 고백이?

비단 내게만 남기는 고백이 아닐 거라 확신합니다.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께 드리는 고백으로 받아주세요.


누구의 말이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당신은 아름답고, 용감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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