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

by 류완





오래된 기억

색이 바랬다


흑과 백

명과 암만 남은 사진


시간이 멈춘 듯

한 장으로 남은 기억


괜찮다

이어지는 장면은 없어도

나는 그 날의 마음을

잊지 못한다






오래전,

광화문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찌뿌연 하늘과 회색 빛 거리는 따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싸늘한 날씨에 거리도 한산했던 오후,

가슴에 작은 멍울을 안고 걷던 어느 날,

광화문 거리는 우울한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눈 앞에 하얀 먼지가 날렸습니다.

드물게 날리던 하얀 먼지는 거리의 이곳저곳을 채우더니

거리의 끝을 닿기도 전에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첫눈이었습니다.

젊은 날, 뜻하지 않게 광화문 거리 한 복판에서 첫눈을 맞았습니다.


첫눈은 가볍습니다.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날리더니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립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첫눈은 어지럽게 흩날립니다.

내려앉지 못한 눈꽃은 다시 하늘로 오르더니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이문세 노래, 이영훈 곡

'옛사랑'의 한 구절입니다.


하얀 눈이 하늘로 올라가던 광화문을 걸었습니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노래를 그렸던 이에게 물을 수는 없지만

나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날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아주 가끔, 그때의 아픔이 떠오릅니다.

오래된 상처처럼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옛사랑은 잊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는 아프지 않습니다.

아문 상처는 평범한 기억들 틈에서 손 끝에 걸리듯

살짝 걸리적거릴 뿐 더 이상 통증은 없습니다.

'그땐 그랬지' 하며 살며시 미소가 흘러 나옵니다.

청춘의 기억은 먼지 쌓인 오래된 일기장처럼

열어보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아름답습니다.





새롭게 올라간 빌딩은 하늘을 담고 푸른빛을 비춥니다.

흐렸던 광화문의 하늘은 이제 파란 속 살을 드러냅니다.

시간은 추억을 마음에 담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할수록 아팠던 기억까지도 아름답게 빛을 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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