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by 류완



한 번의 날갯짓도 없이

하늘에 머무는 너를 본다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맞이하는 것일까?

날개를 세워 바람을 가르는 것일까?


나도 날개를 꿈꾸었지

그 날개 있으면

세월을 거스를 것처럼

무한한 꿈을 꾸곤 했다


돌아보면 날개는

꿈이 아닌 망상

창공에 부는 바람도

나에게 닿지 않는 것을


부러움 가득한 표정을 보았는지

나선을 그리며

가까이 내려와 앉는다


너의 하늘도 힘들었을까?

이 땅을 구르며 사는 내 모습처럼






맹금류는 날갯짓을 하지 않고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콘도르는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한 시간 넘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날개가 주는 특별한 능력입니다.


날개만 있으면 어느 곳이든 높이 떠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늘은 나의 것이고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 날개가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날개는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바닷바람이 차가운 언덕을 올랐습니다.

해가 지기 전, 기온이 떨어지면서 바람은 더욱 강하게 두 뺨을 때렸습니다.

숨을 쉬기도 어려운 순간, 몸을 틀어 바람을 등지고 서니

날개를 펴고 활공하는 새 한 마리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닷바람이 제법 강한데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는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올랐습니다.

자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날아올랐습니다.

부러움이 가득했던 늠름한 자태, 자유로운 움직임은

온몸으로 맞이한 바람의 저항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날개를 꿈꾸던 시절,

힘없이 걸으며 나에게 주어진 두 다리를 불평했습니다.

커다란 날개는 특별한 능력처럼 여겨졌습니다.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 생각했습니다.

떠오르지 못한 몸은 바닥을 구르는 인생의 핑계가 되었습니다.

나의 실패는 날개가 없기 때문이라고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러나 나는 불어오는 바람에 맞설 용기는 없었습니다.

단 한 번도 온몸을 밀어내는 강한 바람에 맞서 본 적도 없이

나의 무지와 게으름을 외면할 핑계를 찾았습니다.

날개는 변명일 뿐, 나는 한 번도 하늘을 향해 온몸을 던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늘을 활공하던 새가 가까이 내려와 앉았습니다.

두리번거리던 새는 시선을 느꼈는지 두 팔을 벌려 힘껏 저었습니다.

바람을 타기까지 제법 여러 번 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게 힘을 내더니 순식간에 나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한 번만 힘차게 달려볼까? 달리다 보면 편안하게 내딛을 관성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의 날개는 어쩌면 불안에 지친 몸을 일어서게 하는 용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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