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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Aug 07. 2022

가시나무





잠들지 못하는 새벽

느리게 흐르는 선율에

마음을 다스려본다


어두운 마음

생각의 길을 잃었다


지우고 잠을 청해보지만

내 심장은 가시나무

호흡이 흐를 때마다

피부를 찌르고 상처를 만든다


숨을 크게 들이 쉬면

따끔한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고

천천히 내 뱉는 숨에는

두려운 미래로 가슴을 부여잡는다


이리 살아 무었하나

깊은 회의로 인생의 뿌리까지

썩어들어가는 순간


라디오 한 사연이

차갑게 식어가는 감정을 멈추게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은 밤입니다."






잠이 안오면 느리게 흐르는 음악을 듣곤 했었는데

음악도 내성이라는 것이 있는지 계속 듣다보니 심장이 리듬을 타고 있더라구요.

별에 별것도 다 적응하는 동물이 인간인가 봅니다.


그래서 요즘엔 라디오를 듣습니다.

사연도 좋고, 낭낭한 목소리의 DJ가 매력적이기도 하고

30분 정도 잠이 드는 훈련을 하는 동안 다양한 음악과 사연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 하곤 합니다.


여전히 힘들게 잠드는 새벽, 한 사연이 미간을 타고 심장으로 내려 앉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르는 새벽,

그 분의 심장은 밀려오는 그리움으로 요동치고 있나 봅니다.


우리가 하는 고민의 90%는 딱히 방도가 없거나 불필요하다고 하지요.

살아 있음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하며 살기도 아까운 시간이 흐릅니다.

나름 경력있는 우울증 환자의 고백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우리의 몸속 어딘가에는 가시나무와 같은 혈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때때로 몸의 한 구석에서 가시에 찔린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고통은 이내 두려움을 불러오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잠시 숨을 고르고 헝크러진 생각을 조금씩 비워내다 보면 

통증은 사라지고 불안한 마음도 편안함에 이를 것입니다.


꽃이 아름다울수록 가시가 날카롭다고 하지요.

당신의 아픔은 당신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늘 누군가를 염려하는 사람,

겸손하여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살피는 사람,

나로 인하여 누군가 아플까 자신의 뽀족한 가시를 손으로 가리는 사람,

타인의 아픔을 지나칠 수 없어 기어이 자신의 마음에 담아내는 사람,

고통에 민감하며 눈물이 많은 당신은 분명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어둠이 온 몸을 감싸는 시간,

외로워도 외롭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스스로 아름답다 위로하며 편안함에 이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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